축구
[마이데일리 = 김하진 기자] 25일 아시안컵 준결승전이자 대망의 한일전. 전반 23분 캡틴 박지성이 얻은 페널티킥을 기성용이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일본 골문 오른쪽 구석을 갈랐다. 골을 성공 시킨 기성용은 혀를 인중 아래에 넣어 입을 부풀린 후 얼굴을 손으로 긁으며 원숭이 흉내를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경기 후 이 세리머니에 대해 인종 차별이라는 논란이 거세졌다. 흔히 '원숭이'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일본인을 비하하고 지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기성용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욱일승천기를 바라보는 내 가슴은 눈물만""선수이기전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관중석에 욱일승천기에 대한 행동이었음을 추측케했다.
욱일승천기는 일본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되던 국기로 일본의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식민지배할 때도 자국의 군기로 사용됐다.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를 일본 관중이 경기장에서 흔든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다.
하지만 그런 관중의 모습에 한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가 직접 대응할 필요는 없었다. 또한 FIFA(국제축구연맹)가 주관하는 대회에서는 인종차별적인 세리머니는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인종 차별이 스포츠맨십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용서할 수 없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기성용은 인종차별을 몸소 경험한 적이 있다. 지난해 10월 세인트 존스턴과의 스코틀랜드 리그 경기에서 원정 팬들의 '원숭이 야유'를 받았었다. 당시 팀 동료 차두리가 트위터를 통해 기성용이 받은 인종 차별에 대한 속상함을 털어놓기도 했었다.
설사 기성용이 이번 세리머니로 유럽 무대에서의 인종 차별의 한을 풀려고 한 행동이었다고 쳐도 '원숭이'가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 일본 네티즌은 알고 있다. 더군다나 일본과의 경기에서 그런 제스처를 취한 것은 분명히 오해를 살 만 했다.
대한축구협회도 '기성용이 영국에서의 설움을 풀려고 했다'며 한일 대표팀 간에 해명이 오갔다고 전해 논란을 일단락시켰다. FIFA와 AFC(아시아축구연맹)도 처벌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의 직접적인 해명은 없었다.
한국은 28일 자정 우즈베키스탄과의 3-4위전을 앞두고 있다. 3위를 달성해야만 2015년 호주아시안컵의 본선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기 때문에 이 경기도 결코 놓칠 수 없다.
이제 기성용이 할 일은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시원하게 골을 넣고 세리머니로 그동안의 논란에 답하는 것이다. 만약 그가 한국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마음에 그런 세리머니를 선보였다면 한국의 승리를 안겨야 할 것도 그가 할 의무다. 그가 우즈베키스탄전에서 골을 넣은 후 보여줄 세리머니가 기대되고 또 궁금하다.
[기성용. 사진 = 마이데일리DB]
김하진 기자 hajin0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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