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편의 영화를 개봉시키다 보면 늘 일상처럼 따라 붙는 스케쥴들이 있다. 시사회, 인터뷰, 그리고 무대인사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한 영화가 특정 지역에서 주로 촬영을 했거나 많은 도움을 받았을 때에는 지방으로 무대인사를 가기 나름인데, 영화 홍보를 한지 7년 차에 접어드는 데도 2박 3일 무대인사는 이번이 딱 두 번째였다. ‘1박 2일’ 못지 않은 빡빡한 일정과 맛난 먹거리가 함께 했던 2박 3일간의 버라이어티한 무대인사 현장을 살짝 공개해 본다.
아이돌 콘서트 현장 못지 않았던 첫째 날
촬영을 주로 전주와 군산에서 도움을 얻어 진행하다 보니 영화에서는 드물게 전주, 군산, 익산을첫 주, 무대인사 첫 날에 가게 되었다. 이 지역은 지방 무대인사에서도 동선상 잘 못 가게 되는 곳이었는데 배우 정재영도 전주 무대인사를 거의 6~7년 만에 가는 거라고 했다. 그러다 보니 반응은 2박 3일 동안 첫 날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특히, 이번 무대인사에서는 ‘공신’ 이현우의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를 체험하기도 했다. 강우석 감독님 영화에서는 보기 드물게 10대 관객들이 많았던 이번 무대인사 현장에서는 유독 아이돌 콘서트 현장에서나 볼 법한 플래카드를 만들어 오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한번은 “안아주세요”란 문구가 적혀있는 플래카드를 들고 이현우를 애처롭게 바라보는 여학생이 있었는데, 무대인사를 마치고 나가는 찰나에 이를 본 이현우가 악수를 해주자 갑자기 객석에서 단거리 육상 선수 못지 않은 스피드로 많은 여학생들이 쏟아져 나와 이현우에게 달려들기도 했다.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내 몸을 던져 배우를 가로 막았지만 서른이 넘은 여자 마케터가 10대 관객의 팔팔한 기운을 당해내기에는 역시 역 부족이었다.
군산-익산-전주로 이어지는 무대인사를 무사히 마치고 다음 장소인 부산으로 넘어갔다. 영화의 도시 부산은 우리 배우 김혜성과 조진웅의 고향이기도 했다. 부산에 들어서자 김혜성은 자신의 집 주변, 주로 활동했던 지역 등을 입에 올리며 상기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 드라마 촬영 때문에 첫 날 합류를 하지 못한 배우 조진웅의 고향 역시 부산으로 두 사람은 물 만난 고기처럼 더욱 활기찬 모습으로 무대인사에 임하기도 했다.
특히, 조진웅은 둘째 날 합류하여 무대인사 사회까지 자처했는데 영화가 끝난 후 진행되는 무대인사에서는 극장 불이 켜지고 조진웅 배우가 극장 안으로 들어서자 다들 눈이 휘둥그레지며 이게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리고 잠시 후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오는 그의 음성을 듣고서야 그가 바로 자신들이 방금 관람을 마친 영화 '글러브' 속 주인공 김상남의 매니저 정철수 역을 맡은 배우라는 것을 기억해 내고는 큰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김혜성과 조진웅은 자신들의 고향이 부산이라는 것을 밝히고는 사투리로 무대인사를 해 더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어떤 관객은 배우들이 자신의 동네를 말하자 “나도 그 동네 산다”고 말해 순간 배우들의 입을 얼게 만들기도 했다. 옛말에 있지 않은가, “세상 참 좁다” 조심하고 살아야 한다.
남들은 이제 서울에서 쉬고 있을 법한 시간에, 이틀 간의 무대인사를 마치고 다시 시작된 마지막 셋째 날. 이제, 배우들도 그렇고 진행하는 이들도 지치기 마련인데 이럴 때에는 무대인사 중간 중간 활력을 불러 넣어줄 만한 먹거리를 시의 적절하게 제공하는 역할 또한 중요하다. 무대인사를 다니다 보면 가장 뜨거운 환호를 보내주는 도시 대구. 이곳에 오면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바로 ‘매운 떡볶이’와 ‘튀김 어묵’이다. 열심히 무대인사를 하다 지쳐있는 배우들에게 간식을 내 밀자 “진짜 활력소는 약국에 있다”는 광고 문구가 무색하게 배우들의 얼굴에서 다시 생기가 돌았다. 지난 가는 말로 “너무 잘 먹었다.” “탁월한 선택” 등의 칭찬을 들으면 왠지 뿌듯해 진다. 다른 것도 아닌 먹는 거 하나 때문에.
야무지게 시작된 대구 무대인사에서는 배우들도 당황 시킬 만큼 열정적인 관객들의 반응이 돋보이기도 했다. 한번은 우리 배우들이 무대인사 경품으로 각자 싸인을 한 볼을 나눠주기도 했는데, 한번은 선물을 받은 관객이 다시 나와 “유선씨의 싸인만 빠져있으니 다시 싸인을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요구에 당황한 우리는 “그럼 싸인을 해서 극장 관계자에게 가져다 드릴테니 영화 끝나고 꼭 찾아 가셔라”고 말하며 공을 들고 나와 다시 싸인을 했다. 심성 착한 유선 배우는 나에게 몇 번이나 “꼭 전해드려야 한다”고 당부하며 극장을 나서기도 했다. 대구의 그 관객 분, “공은 잘 받으셨죠?”
이제 영화 <글러브>는 개봉 2주차를 맞았다. 그리고 어김없이 이번 주말 무대인사 원정에 나선다. 언제 또 이렇게 찰떡 같은 호흡을 과시하는 배우들과 다시 만나게 될 지 모르겠지만 “좋은 영화는 좋은 사람들이 만든다”는 말을 믿게 할 만큼 사람 좋은 배우들과 함께 했던 2박 3일의 여정이 벌써 그리워 진다.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