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돈' 아닌 '명예'를 위해 싸우는 일본 대표팀. 우승할 수 있을까?
이연승 기자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서 4번째 우승을 노리는 일본 대표팀이 29일 강호 호주와 맞붙어 '도하의 기적'을 노린다.
호주는 피파랭킹 26위로 29위인 일본보다 3계단 높다. 또 일본은 호주를 상대로 5승 6무 7패의 전적을 가지고 있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전망이다.
게다가 오른쪽 허벅지 근육 파열로 귀국한 미드필더 마쓰이 다이스케(그루노블)에 이어, 에이스 가가와 신지(도르트문트)까지 오른쪽 발가락 골절로 전선을 이탈한 상황. 자케로니 감독과 선수들은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우승컵을 안고 일본에 돌아가겠다"며 어려운 상황을 개의치 않겠다는 강한 우승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일본 대표팀이 우승컵을 들어올려도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특별 보너스 수당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대표팀 선수들에게 아시안컵 결승전은 말그대로 '돈' 아닌 '명예'의 싸움인 것이다. 이는 아시안컵 우승 시 선수들에게 각각 2000~6000만원 상당의 우승 보너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한국의 상황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12월, 일본프로축구선수회(JPFA, 회장 후지타 도시야)는 대표팀 선수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일본축구협회(JFA, 회장 오구라 준지)와 대립한 바 있다. 당시 조건으로 내걸었던 것 중 하나가 승리수당의 증액이다.
일본 대표팀 선수들은 일당 1만엔 이외에 친선 시합의 경우 10만엔, 공식 경기는 30만엔의 승리수당이 지급되고 있다. 이는 J리그 유력 클럽의 승리수당(60~80만엔)과 비교해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에 선수회는 '최소 100만엔'을 요구하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대회 보이콧도 불사하겠다고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선수들의 목소리도 매한가지다. 한때 일본 대표팀의 에이스였던 미우라 가즈요시(三浦知良, 요코하마FC)는 "일본 대표는 금전면, 환경면에 있어서도 톱이 되어야한다. (승리 수당을) 올려받아도 좋다"는 의견을 표명했고, 현 에이스 혼다 게이스케(本田圭佑, CSKA모스크바)도 "승리수당이 없어도 전력투구 하겠지만 (걸맞은 금액의 수당도) 있으면 좋겠다"며 간접적으로 심경을 내비친 바 있다.
그러나 일본축구협회는 이 같은 요구에 꿈쩍도 하지 않고있다. 오구라 준지 회장은 "돈을 올려주지 않으면 보이콧 하겠다는 선수는 그렇게 하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협회 간부도 언론 취재에 "특별 보너스를 지급할 예정은 일절 없다"며 상황이 변하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지급 거절의 배경에는 우승 상금이 없는 대회 사정도 작용한다. 협회 관계자는 '석간 후지'의 취재에 "이번 대회는 협회 입장에서 대표팀이 이기면 이길수록 적자다. 지출을 줄일 수 밖에 없다"며 어쩔 수 없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결국, 일본 대표팀이 우승을 한다해도 선수들에게 지급되는 수당은 지난 달 28일 합숙 개시부터 계산된 일당 33만엔과 5회 승리수당인 150만엔, 합계 183만엔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아시안컵 우승 팀에는 '컨페드레이션스컵 출장권'이 주어진다. 2013년 브라질에서 열리는 컨페드레이션스컵은 각 대륙의 챔피언들이 대결하며 '월드컵 전초전'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대회의 상금, 시합 수당, 교통비, 숙박료 등은 모두 FIFA가 지급한다.
과연 일본 대표팀이 우승컵을 들어올려 '명예'와 '출전권'을 손에 쥘 수 있을지, 30일 새벽 12시 열리는 결승전에 시선이 몰리고 있다.
김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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