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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2월15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공원. 영하의 날씨가 차갑기만 하다. 주변 소음이 작지 않다. 그리고 수많은 카메라 프래쉬가 터진다. 동시에 취재진의 관심어린 시선과 일반인의 신기한 호기심이 쏠린다. 하지만 한치의 흔들림 없다. 촬영에 돌입하자마 한 연기자가 연기를 한다. 무서울 정도로 집중력을 발휘하며 한 장면을 연기해낸다. 바로 SBS 월화 드라마 ‘마이더스’ 의 김희애다.
‘마이더스’ 1회가 방송된 직후 주연을 맡은 김희애에 대해 “역시 김희애다”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그리고 2월28일 2회가 방송된 직후 시청자의 상당수는 “김희애가 왜 최고의 배우인가를 알수 있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연기자의 사표이자 연기의 지존이라고 평가받는 중견 연기자 이순재는 후배 연기자중 김희애를 최고의 배우로 꼽았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김희애는 타고난 연기력을 지닌 배우이고 캐릭터를 창조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했다.
연기자는 연기력과 캐릭터 창출력 두 가지 면에서 본질적인 평가를 받는다. 두가지 모두 잘 하는 배우를 명배우라고 지칭한다.
김희애는 ‘마이더스’에서 미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월스트리트 증권 브로커 경험을 쌓은 후 수십억 달러를 운용하는 헤지펀드 운영자 인혜역을 맡았다. 인혜는 천문학적인 재산을 가지고 있지만 비밀이 많고 결혼을 여러 차례 한 아버지와 이복형제를 두고 있으며 아버지의 후계자가 되기위해 치열한 게임을 한다.
내면적으로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드러내야하고 또 외형적으로는 카리스마가 강렬해야한다. 그 누구도 가슴속에선 넘볼 수 없는 욕망과 야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외형적으로 전혀 드러내지 않은 채 냉철하게 평정심을 유지해야하는 성격의 유인혜를 김희애는 단 2회만에 시청자들에게 강렬하게 각인시키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난 2007년‘내남자의 여자’이후 4년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김희애는 4년간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뛰어난 연기력으로 유인혜라는 극중 인물을 살아 움직이게 하고 시청자들을 그 인물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김희애는 김명민이나 고두심처럼 철저히 캐릭터 속으로 들어가는 연기 스타일을 견지한다. 김희애라는 실제 배우의 개성이나 특성이 강하지만 늘 드라마 속 캐릭터로 시청자에게 다가간다. 이것은 연기력이 뛰어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배용준이나 김희선은 어떤 배역을 해도 캐릭터 속에서 배용준이나 김희선의 개성과 특성, 이미지가 드러나는데 비해 김희애가 연기하는 캐릭터에선 전혀 김희애라는 존재를 느낄수 없다. 그만큼 자신이 창출한 캐릭터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 온전히 캐릭터로 시청자를 만난다.
‘마이더스’1, 2회에서 김희애의 대사 하나로도 전율이 느껴지고 손 움직임과 눈빛 등 시청자들이 쉽게 감지할 수 없는 작은 표정의 전환에도 극의 상황과 내용을 잘 담아냈다. 김희애는 오빠들과 경쟁하며 아버지의 후계자가 되기 위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위해 변호사 도현(장혁)과 거부할 수 없는 거래를 하면서 탁월한 연기력으로 보여준 냉철한 음모는 전율마저 느끼게 해줬다.
김희애가 이처럼 시청자와 동료 연기자 그리고 전문가에게 최고의 연기자로 평가받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10여년전 김희애가 출연한 드라마 현장에서 그녀의 극본을 본 적이 있다. 이미 헤어질대로 헤어진 극본에는 수많은 메모가 빼곡이 적혀 있었다. 바로 연구하고 공부하며 끊임없이 연기력을 연마하는 노력이 바로 탁월한 연기력의 비결이었다.
‘아들과 딸’의 장수봉PD는 “김희애는 연습벌레다. 천부적인 끼도 있지만 무지막지한 연습을 한다. 다른 연기자의 연기분까지 완벽하게 파악할 정도다”고 말했다.
‘마이더스’의 김희애가 자신의 명성과 위상에 안주하지 않고 연기력의 지평을 확대하고 있다. 그리고 시청자는 김희애의 연기를 보면서 진정성을 느끼고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다.
['마이더스'에서 냉철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김희애. 사진=마이데일리 사진DB]
배국남 대중문화전문 기자 knba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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