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왕의 남자’로 천만관객을 동원한 한국 영화계의 대표적 연출자인 이준익 감독이 사실상의 상업영화 은퇴를 선언했다.
이 감독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트위터에 "평양성, 250만에 못미치는 결과인 170만. 저의 상업영화 은퇴를 축하해 주십시오~^^;;"라는 글을 올렸다.
그의 이 같은 글은 신작 ‘평양성’ 개봉 전 밝힌 “이번 ‘평양성’이 망하면 상업영화에서 은퇴하겠다”는 선언에 이은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 같은 은퇴 선언이 나온 것일까? 이에 대해 이 감독은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영화의 손익 분기점은 250만이다”며 “만약 ‘평양성’이 망한다면 나에게 투자할 제작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이 감독은 ‘왕의 남자’로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흥행 대열에 오른 한국 영화계의 ‘거장’축에 끼는 인기 감독이지만 이후 흥행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왕의 남자’이후 그의 작품 중 눈길을 끈 것은 ‘라디오 스타’로 이 또한 200만 관객 동원에 만족해야 했다. ‘궁녀’, ‘님은 먼 곳에’, ‘구르믈 버서난 달 처럼’ 모두 평단의 호평과는 반대로 저조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이번 ‘평양성’은 3월 2일 현재 170만 관객(영진위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동원해 여느 영화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성적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문제는 손익 분기점이다.
사극 작품인 ‘평양성’은 당시를 재현하기 위해 거액을 들여 세트장을 짓고 배우들의 의상을 새롭게 제작했다. 그 결과 250만 관객을 동원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극장가에 개봉됐다.
80만 관객 동원이 모자라 이준익 감독은 ‘실패한 감독’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이다.
기대 속에 개봉됐던 ‘평양성’은 왜 실패한 것일까?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시대의 변화”를 예로 들었다.
8년 전 ‘황산벌’은 전라도와 경상도 사투리를 여과 없이 차용한데서 오는 웃음코드와 영화 외적으로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교묘하게 스크린에 녹여 낸데서 오는 사회풍자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11년 ‘평양성’에서 나온 함경도 사투리는 관객에게 어필하지 못했다. 또, 이 감독이 보여주고자 했던 남과 북의 분단에서 오는 경제적 차이 또한 관심 밖이었다.
또, 지나치게 ‘코미디’에만 포인트를 둔 영화배급사와 홍보사의 잘못도 있다. 사실 ‘평양성’은 코미디에 특화된 작품이 아니다. 이 감독 작품의 기저에 있는 소외된 자에 대한 이야기와 빈부의 격차가 날로 심해져 가는 남과 북의 이야기, 그리고 우두머리에 의해 자행되는 별 의미 없는 전쟁에 대한 냉소를 담고 있다.
이 감독 또한 ‘평양성’에 대해 “웃기려고 만들었다면 얼마든지 웃길 수 있다. 하지만 내 영화를 그렇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고 밝힐 정도였다.
하지만 ‘평양성’은 ‘사상 최고로 웃긴 전쟁이 온다’는 식의 웃음 코드에만 포인트를 맞추고 개봉됐다. 그 결과는 웃음을 찾아 극장을 찾은 관객의 외면으로 작용했다.
‘평양성’에 대한 영화평만 봐도 “코미디 영화를 보러 가족이 함께 극장을 찾았지만 전혀 웃기지 못했다”는 식의 혹평이 가득하다. 반면 30~40대 관객에게는 “사회 풍자가 가득한 영화”라는 호평이 나온다. 타깃 설정이 잘못된 것이다.
현 세태에서 영화는 감독 혼자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문화복합산업체의 하나인 영화는 감독, 배우, 스태프에 배급사, 홍보사 등 수 많은 변수가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영화 개봉 한 달이 되서야 부랴부랴 ‘평양성’ 측은 “30~40대에게 어필”이라는 식의 홍보자료를 배포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미 ‘평양성’은 극장에서 내려가기 시작한 후였다.
이유야 어쨌건 ‘평양성’의 실패는 이준익 감독에게 고스란히 돌아왔고, 그는 ‘평양성’의 손익 분기점을 맞추지 못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은퇴선언을 하게 됐다. 그의 재치 있는 유머와 냉소가 넘치는 사회풍자를 이제는 상업영화에서 볼 수 없게 된 것 이다.
‘평양성’의 흥행 부진이 이준익 감독 한 사람만의 잘못일까? 그것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사진 = 위로부터 평양성, 이준익 감독]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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