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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가요프로그램 시청률 얼마 안 나와도 음악에 관심 있는 사람은 다 봐요. 우리나라에 가요 프로라고 해 봤자 지상파 3사에 케이블 1개사인데, 그것도 줄 서서 방송하죠, 그나마 출연 기회를 잡으려면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가는 구두조항이 붙어요”
인기 그룹 빅뱅의 컴백을 놓고 KBS와 YG가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건의 개요는 간단하다. 신곡을 발표하고 컴백 예정인 빅뱅이 KBS 2TV ‘뮤직뱅크’에 출연의사를 밝혔지만 제작진은 거절했다. YG에서 3곡을 요구했다는 것.
방송사는 한정된 방송시간 안에 한 가수에 3곡을 부르게 하는 편성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고 YG측은 타 방송사를 예로 들며 ‘인기’에 대한 양해를 부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제작진은 바로 “그럼 그 방송사에서 해라”는 식으로 답을 보냈다.
2011년 현재 한국 가요계에서 방송 프로그램은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한 홍보 수단이다. 인터넷과 유튜브등의 동영상 사이트가 보편화 되면서 다양한 채널이 발생됐지만, 공신력 면에서는 지상파 3사의 가요프로그램을 따라갈 수 없다.
팬 뿐만 아니라 지상파 3사의 가요프로그램 출연 여부로 업계 관계자들은 가수의 인기와 해당 매니지먼트사의 능력을 평가한다. 음원 사이트 등을 보면 수 많은 가수들이 데뷔하지만 이들 가요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이들은 한정돼 있다. 1시간 남짓한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은 한정된 인원만 무대에 세울 수 있다.
‘뮤직뱅크’, ‘쇼!음악중심’, ‘인기가요’의 경우 20명 내외의 가수만 무대에 세운다. 이마저도 일반 음반용이 아닌 ‘방송용’ 편집 음원이기에 가능하다. “한정된 시간 안에 더 많은 가수를 무대에 세운다”는 취지하에 2008년 무렵 방송사들은 편집 MR을 제작사에 요구했으며 2분 후반대에서 3분 초반대로 도입부, 후렴구를 편집한 음원으로 방송을 진행한다.
방송사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비해 저예산으로 음반제작이 가능한 디지털 시대에 수 많은 가수가 등장하게 되자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은 포화상태다. 한 신인 가수를 데리고 있는 음반 제작자는 “방송 스케줄을 잡으려면 2개월 이상 전부터 방송사를 찾아가 부탁을 해야 한다. 그마저도 기회를 잡기 힘들다”고 현실을 토로했다.
이처럼 방송에 출연하기 위해 가수들이 ‘줄’을 서게 되자, 방송사는 독특한 요구를 하게 된다. 바로 ‘예능프로그램 출연’이다.
대중의 입장에서 보자면 가수에게 예능프로그램 출연은 실이 될게 없어 보인다. 한자릿 수 시청률인 음악프로그램에 비해 10% 중반을 상회하는 예능프로그램 출연은 더 많은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에는 10% 중반을 넘는 인기 예능이 있는 반면 한자리 수 시청률의 예능 프로그램도 있다.
한 걸그룹 매니저는 자신이 데리고 있는 가수가 컴백할 즈음에 찾아간 방송사에서 한가지 부탁(?)을 받았다. 같은 팀에서 하고 있는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달라는 부탁이다. 이 예능 프로그램은 한자리 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고, 녹화시간도 5시간 넘게 걸리는 소위 말해 ‘기피하는’ 프로그램이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은 방송사 자사 아나운서와 공채 개그맨이 주된 출연진이다. 하지만 이 매니저는 가요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이 예능프로 출연을 약속했다.
결국 이 걸그룹은 이 방송사의 모든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느라 눈코뜰 새 없이 바쁜 스케줄을 치러야만 했다.
실제로 한 방송사의 가요프로그램 프로듀서는 가수 출연 조건으로 ‘가수의 능력 및 노래’와 ‘방송사와 기획사의 관계’를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방송사의 심기를 건드려서야 좋을게 없다는 의미다.
공정성이 가장 중요한 지상파 방송사에서 앞서 언급한 ‘패키지 출연’을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청자들에게 선정된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이 지상파 방송사의 의무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빅뱅이 소속된 YG엔터테인먼트와 KBS의 관계는 SBS ‘빅뱅쇼’로 인해 악화됐다. 타 방송사에 좋은 프로그램을 준 YG에 대한 KBS의 감정이 폭발한 것이다.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는 “일개 매니지먼트사가 방송사를 상대로 대항할 생각은 없다”고 공공연히 밝혔다. 싸움을 건 적도, 싸울 생각도 없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결국 빅뱅 컴백을 둘러싼 KBS와 YG엔터테인먼트의 감정 싸움은 한국 가요계에 뿌리 깊은 갑과 을의 관계가 외부로 표출된 사례로 보인다.
[사진 = 빅뱅]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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