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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첫 연극을 끝내고나자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던 연기에 재미를 느끼게 됐습니다. 볼펜을 물고 안 되는 발음을 열심히 연습하고 발성, 신체훈련도 빠지지 않고 매일 했지요. 그 후 몇 개의 연극을 더 하게 됐고, 드디어 고등학교 1학년 겨울 ‘가스펠’이라는 뮤지컬에서 ‘예수’ 역할을 맡게 됐습니다.
학교에 남경읍 선생님이라는 분이 계셨는데 이 분은 현역 뮤지컬 배우로 활발하게 활동하시면서 제자들을 위해 교편도 잡고 계신 분이셨습니다. 남경읍 선생님은 지금도 저의 은사님으로 항상 가슴 속에 남아 있습니다. 남 선생님의 지도아래 3개월여 간의 연습을 하고 공연을 하게 되는 순간 난생 처음으로 “뮤지컬 배우가 내가 가야할 길이구나”라고 깨닫게 됐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2학년 말, 경기도 정기순회공연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MAN OF LAMANCHA)에서 ‘돈키호테’역을 맡으면서 연기와 뮤지컬에 대한 확고한 미래를 꿈꾸게 됐지요.
그래서 대학도 윤호진 교수라는 한국 뮤지컬계의 걸출한 제작, 연출가 겸 교수님이 계신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로 진학하게 됐답니다.
고등학교 때보다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여러 마음 맞는 선배들과 합숙까지 해가며 열심히 뮤지컬 워크숍을 준비하고 있을 때 한 선배가 술자리에서 저에게 농담반 진담반으로 방송국공채탤런트 시험을 보라고 권유를 하더군요.
원서를 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정말 마음이 편했어요. 떨어질 것이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며칠 후 1차 서류전형에 합격했고, 그 후 2차도 합격 그리고 3차도 합격, 갑자기 일이 커졌습니다. 예상치도 못하게 3차까지 합격한 뒤 마지막 본 대회를 위해 합숙을 하게 됐던 것입니다.
예상치 못했던 일이기에 그냥 어안이 벙벙했죠. 50명이 같이 보름동안 합숙에 들어갔는데 그중 25명만 공채탤런트로 뽑히는 잔인한 현실이 제 앞에 놓이게 됐습니다. 치열한 보름간의 합숙과 슈퍼탤런트 대회가 끝난 뒤 정말 운이 좋게도 전 25명안에 뽑혔습니다. 1997년 봄. 제 이름이 KBS 19기 공채탤런트 명단에 들어갔고 꿈만 같았던 탤런트가 됐습니다.
[뮤지컬 '아이 러브 유' 연습 장면(위)과 환하게 웃고 있는 고세원. 사진 = 고세원 미니홈피]
남안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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