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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영화 ‘킹스 스피치’(The King’s Speech, 감독 톰 후퍼)북미 최고의 영화 시상식인 ‘아카데미상’ 주요 4개 부문을 휩쓴 이유가 있었다.
‘킹스 스피치’는 27일(현지시각) 오후 5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 8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의 작품상을 포함, 남우 주연상, 감독상, 각본상 주요 4개 부문을 휩쓸었다.
올해 ‘아카데미’ 12개 부문(감독상, 남우주연상, 남녀조연상, 각본상,촬영상, 편집상, 음향효과상, 음악상, 의상상, 미술상) 후보에 오른데 이어 4개 부문을 수상한 ‘킹스 스피치’에 대한 관심은 국내에서도 높아 졌다.
이 와중에 ‘킹스 스피치’는 9일 오후 2시 서울 왕십리 CGV에서 국내 첫 공개됐다. 2시간 남짓한 러닝 타임 동안 상영된 ‘킹스 스피치’에 대한 느낌은 너무나 잘 만든 한편의 드라마.
영국 국왕 조지 6세(재위 1936∼1952)의 실화를 그린 이 작품은 말더듬증이 너무나 심해 연설, 심지어 일상 대화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쓸모 없는 반쪽짜리 꼭두각시’(실제 영화 대사) 국왕의 말더듬 극복기를 다뤘다. 실제 조지6세도 말더듬증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어린 시절 억압된 환경 속에 자란 버티(조지 6세의 애칭, 콜린 퍼스 분)는 5살 때부터 심한 말더듬증을 앓는다. 이 때문에 대중 앞에 서지도, 자신의 의지를 남에게 표출하지도 못하는 그는 이 병을 고치려고 수도 없이 노력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그 와중에 그의 아내 엘리자베스(헬레나 본햄 카터 분)가 신문 광고를 보고 구한 언어 치료사 라이오넬 로그(제프리 러쉬)를 데리고 오지만 그는 왕실의 개인사를 묻는 등 독특한 방법으로 버티를 치료하려고 한다.
‘킹스 스피치’는 국내에 ‘왕의 콤플렉스 도전기’라며 휴먼 코미디 장르로 홍보가 되고 있지만 왕이라기 보다는 아버지이자 선왕인 조지 5세, 그의 형 에드워드8세에 억압되서 왕족임을 강요 받고 살아온 인간 버티의 슬픔, 그리고 말더듬증 치료를 위해 만난 호주 출신 평민 라이오넬 로그의 우정을 그린 드라마다.액션이나 3D 같은 시각적 즐거움이 일체 배제된 ‘킹스 스피치’에서는 배우들의 호연만이 살아 넘친다. 특히 주연 콜린 퍼스의 말더듬증 연기와 감정선을 잘 살린 표정연기는 극 전반에서 살아 넘치며 왜 그가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는지를 증명한다.
제 2의 주연이라 할 수 있는 제프리 러쉬의 연기 또한 압권이다. 왕족이라는 절대 권력 앞에 굴하지 않고 ‘치료’라는 이유로 다소 황당한 짓까지 시키는가 하면, 형 에드워드8세의 행적을 보며 왕이 될 것을 권하는 ‘반역’ 같은 직언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 같은 라이오넬 로그 역을 제프리 러쉬는 너무나 잘 녹여냈다. 그를 제치고 아카데미상 남우 조연상을 수상한 ‘더 파이터’의 크리스찬 베일이 존경스러울 정도다.
2차대전 전의 영국왕의 이야기를 다룬 ‘킹스 스피치’는 우리내 현실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것이 왕인데, 그걸 못하는 내가 무슨 왕인가?”를 외치는 조지6세를 보며 정치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또, 정체를 알 수 없는 라이오넬 로그에게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며 “미안하다”를 말하고, 자신을 도와준 그에게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왕의 모습은 재벌임을 과시하며 사람을 폭행하는 우리 사회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킹스 스피치’는 배우들의 호연과 소소한 웃음, 감동 코드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잘 만든 영화다. 하지만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관객에게는 버티의 독특한 억양과 말더듬증에서 나오는 웃음 코드는 이해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아카데미상 4관왕의 ‘킹스 스피치’가 극장가 비수기에도 흥행 1위를 달리며 100만 관객을 돌파한 여우주연상의 나탈리 포트먼이 주연한 ‘블랙스완’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개봉은 17일.
[사진 = 킹스 스피치 중]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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