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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 “해태껌 없어요?, 우리는 롯데껌만 파는데…”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있던 지역감정을 정면으로 그린 최초의 상업 영화인 ‘위험한 상견례’(감독 김진영)의 극중 대사다.
극중 경상도 여자 집을 찾아간다며 부산으로 향한 현준(송새벽 분)을 잡으러 온 대식(박철민 분)이 공중 전화를 쓰기 위해 한 구멍가게를 찾았다, 동전을 바꾸기 위해 껌을 사려고 하지만 그가 애용하던 ‘해태껌’은 볼 수가 없다.
가게 주인은 당연히 ‘롯데껌’을 권하지만 그는 전북 사투리를 쓰면서 불평을 털어 놓는다. 그러자 가게 주인은 전라도 사람인 박철민을 이상하다는 듯 꼬나본다.
‘위험한 상견례’는 지역 감정을 지독하게 단도직입적으로 그려냈다. 전라도 남자 두 사람이 경상도를 찾아 겪어야 하는 고충을 러닝타임 2시간 내내 담아낸다.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지역감정을 그린 영화는 볼 수가 없었다.
심지어 다홍(이시영 분)의 모친이자 현준의 장모가 되는 교양 넘치는 서울 여자 출신으로 알고 있던 춘자(김수미 분)는 극 말미에서 자신이 그토록 숨겨왔던 전라도 벌교 출신임을 밝히면서 “이 XX것들아 전라도가 나라를 팔았어? 왜 이렇게 XX이야?”라며 숨겨왔던 설움을 토해 낸다. ‘위험한 상견례’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명장면이다.
과거 한국 영화에서 전라도 출신은 ‘조폭’으로 회자된다. 형사물에서 범인은 전라도 출신이 많았고, 조폭 또한 마찬가지다. 시대가 바뀌면서 이 같은 성향은 줄었지만 주인공인 적은 드물었다. 이준익 감독의 ‘황산벌’이 전라도와 경상도를 백제와 신라로 비유해서 지역감정을 비유했지만 직접적이지는 못했다.
‘위험한 상견례’의 스토리는 뻔하다. 전라도와 경상도 출신 남녀의 사랑을 막아서는 부모의 반대가 있지만 두 사람의 사랑으로 이를 극복한다는 ‘로미오와 줄리엣’ 식의 이야기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만 존재하는 전라도와 경상도 쌍방간의 지역감정이 극 전반에 버무러지면서 충분한 재미를 더한다.
어떻게 보면 한쪽으로 치우칠 수도 있고,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위험할 수도 있는 지역감정을 ‘위험한 상견례’의 김진영 감독은 중립적인 입장에서 코미디로 잘 풀어냈다. 사투리로 인해 러닝타임 내내 빵빵 터지는 웃음과 함께 지독한 비유와 풍자는 이 영화의 백미이자 볼거리다.
무난할 수도 있는 스토리를 재미있는 코미디 영화로 풀어낸 것은 연출자의 몫이자 배우의 호연이 일궈낸 결과다. 첫 주연 도전인 송새벽은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 내면서 비중있는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가능성도 보여줬다.
하지만 ‘사투리’가 주가 되야 하는 ‘위험한 상견례’에서도 사투리로 인한 아쉬움은 분명히 있다. 100% 그 지역 출신이 아닌 배우가 억양을 따라하는 것은 분명히 한계가 있지만 몇몇 배우의 어색한 사투리는 극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느낌이 있다.
스스로 만들어 낸 ‘사투리’라는 설정에서 오는 몇몇 배우들의 아쉬운 연기를 제외 한다면 ‘위험한 상견례’는 웃음과 의미를 동시에 전달 할 수 있는 잘 만든 코미디 영화다. 개봉은 31일.
[사진 = 롯데 엔터테인먼트 제공]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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