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객원기자] '유턴파' 이범호의 소속팀 KIA와 이혜천의 소속팀 두산은 어느 팀보다 우승이 간절하다. 두산은 김경문 감독 부임 이후 매해 상위권에 오르지만 우승이라는 방점은 찍지 못하고 있다. 2001년 이후 무관이다. KIA는 2009년 챔피언에서 1년 만에 포스트시즌 탈락팀이 됐다. 자존심 회복을 위해 이범호를 영입하는 승부수까지 뒀다.
소속팀이 이들에게 원하는 부분은 분명하다. 그들의 염원인 우승에 공헌을 하는 것이다. 이범호와 이혜천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2003년 정민태'가 되는 것이다.
▲ 이범호-이혜천, 시범경기 초반 맹활약
유턴파의 기세가 무섭다. 지난해까지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다 한국 프로야구로 돌아온 이범호와 이혜천이 시범경기에서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에서 뛰었던 이범호는 KIA 유니폼을 입고 3경기에 출장했다. 복귀 첫 타석부터 적시타를 때려내는 등 10타수 4안타 2타점을 기록 중이다. 17일 문학 SK전에서도 5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다.
2009년부터 야쿠르트에서 2년간 뛰었던 이혜천의 활약도 눈부시다. 이혜천은 13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탈삼진 7개보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무사사구였다. 일본 프로야구 진출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들쭉날쭉한 제구력이 약점으로 지적됐기 때문.
이혜천은 이에 앞서 7일 상무와의 연습경기에서도 3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호투했다.
▲ 정민태, 2003년 복귀하자마자 맹활약하며 KS 우승 이끌어
이범호, 이혜천과 같이 국내 프로야구 출신으로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했다가 다시 돌아온 경우가 이전에도 몇 차례 있었다. 이종범(KIA)을 시작으로 정민철, 정민태, 이병규(LG)가 그들. 이상훈과 구대성은 일본 진출 후 미국까지 들렀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들 중 복귀 첫 해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는 정민태다. 소속팀 현대를 2000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고 요미우리에 입단했던 정민태는 일본 진출 후 2년간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2년간 27경기 2승 1패 평균자책점 6.28이 전부.
하지만 국내에 복귀한 정민태는 '명불허전'이었다. 그는 2003년 복귀 후 17승 2패 평균자책점 3.31을 기록하며 다승, 승률 1위에 올랐다. 정민태는 여세를 몰아 한국시리즈에서도 맹활약을 펼치며 소속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4승 3패로 끝난 그 해 한국시리즈에서 정민태는 선발로만 3승을 챙겼다. 한국시리즈 MVP는 당연히 정민태 몫이었다.
정민태가 일본으로 진출한 뒤 2001, 2002년 한국시리즈에도 오르지 못했던 현대는 그가 복귀하자마자 한국시리즈 우승을 탈환했다. 정민태의 존재감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던 2003년이었다.
이에 비해 2002년 한화로 복귀한 정민철은 7승 13패 평균자책점 5.35로 기대에 한참 못미쳤으며 팀 성적도 7위에 머물렀다. 주니치 유니폼을 입었다가 2010년 LG로 돌아온 이병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2001년 돌아온 이종범은 그 해 8월이 돼서야 국내 프로야구에 합류했다.
▲ 이범호-이혜천, 소속팀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어라
KIA와 두산은 올시즌 자타공인 우승을 노리는 강팀이다. 그리고 이들에게 이범호와 이혜천이 특히 반가운 것은 자신들의 아킬레스건을 메워줄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KIA는 마운드에 비해 타력이 약하다고 평가받는다. 그나마 최희섭과 김상현이 함께 뛸 때는 이같은 약점을 어느정도 메울 수 있지만 한 명이라도 빠질 경우 급격히 타선이 약해진다. KIA는 이범호를 영입함으로써 공포의 중심타선을 형성함과 동시에 최희섭과 김상현 둘 중 한 명이 빠지더라도 타선 약화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수비에서도 이범호는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KIA의 기존 주전 3루수였던 김상현은 뛰어난 공격력에 비해 수비에서는 무릎 부상으로 인해 약점을 보였다. 반면 이범호의 경우 '건강'이라면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두산은 최근 몇 년간 좌완 갈증에 시달렸다. 때문에 외국인 투수를 레스 왈론드, CJ 니코스키, 후안 세데뇨 등 좌완으로 뽑기도 했지만 별반 재미를 보지 못했다. 서서히 신예 좌완들이 나타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우완에 비해서는 질이나 양적으로 밀리는 양상이다.
이혜천의 역할이 중요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혜천의 보직이 어디가 되든 그가 좋은 활약을 펼칠 경우 마운드 좌우 밸런스가 이전보다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이범호와 이혜천이 기대, 혹은 그 이상의 활약을 펼칠 경우 KIA와 두산의 약점은 순식간에 강점으로 바뀌게 된다. 소속팀의 우승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이범호와 이혜천이 일본에서의 아쉬움을 떨쳐내고 소속팀 우승의 주춧돌이 될 수 있을까. 김동주와 함께 마지막 2001년 두산 우승 멤버로 남은 이혜천과 아직까지 우승을 단 한 번도 못해 본 이범호로서는 누구보다 이를 바랄 것이다. 일단 출발은 좋다.
[올시즌부터 국내 프로야구로 복귀한 KIA 이범호(왼쪽)와 두산 이혜천. 사진=KIA 타이거즈,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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