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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그야말로 小貪大失(소탐대실)이다. 그리고 프로그램의 존재의미마저 뒤흔든 악수다. 여기에 방송의 주인인 시청자는 안중에도 없었던 출연자와 제작진의 담합이었다. 바로 20일 방송된 MBC ‘우리들의 일밤’의 한 코너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의 김건모 재도전을 선택이 그렇다.
‘나는 가수다’의 제작진은 '아이돌 그룹들과 댄스 음악으로 편향된 방송 가요계에 다양한 음악이 공존하는 무대! 진짜 가수들이 설수 있는 무대를 만든다!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엄청난 가창력을 소유한 레전드급 가수들의 극한 서바이벌!' 라는 기획의도를 밝히며 방송을 시작해 방송 첫회부터 화제와 논란을 일으켰다.
오랜만에 연출현장으로 돌아온 스타 연출자 김영희PD의 명성이 녹슬지 않았음을 인식하면서 수많은 시청자들은 가수의 서열화 논란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뛰어난 가창력의 가수가 부르는 노래로 감동을 느끼는 중요한 정서적 경험을 했다. 그리고 ‘나는 가수다’에 박수를 보냈다.
뛰어난 가수들이 미션을 수행하는 경연을 펼치며 7명의 가수 중 7위 골찌를 한 출연자가 떨어지고 새로운 가수가 경연에 참여하는 서바이벌 방식에 대한 찬반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방식은 예능 프로그램의 긴장성과 재미를 부여하고 시청자의 눈길을 부여잡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출연 가수들의 분발을 추동하는 기제로도 작용했다.
분명 ‘나는 가수다’는 탈락이 목적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실력 있는 가수들의 음악을 통해 침체된 대중음악 시장을 활성화하고 가창력의 의미를 복원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 진정성에 박수를 보냈기에 첫 회부터 시청자들은 높은 열기와 감동으로 화답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첫 탈락자가 나오는 20일 방송에서 제작진과 출연진은 최악의 담합을 함으로서 프로그램의 진정성과 존재의미를 뒤 흔들었다.
지난 13일에 이어 80년대 명곡 부르기 미션이 방송된 20일 방송에서 윤도현은 ‘나항상 그대를’시작으로 정엽의 ‘짝사랑’까지 7명의 뛰어난 가창력의 가수들이 미션곡을 불렀다. 그리고 윤도현은 500명의 청중평가단으로부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1위를 했고 김건모는 ‘립스틱 짙게 바르고’를 열창했지만 최저점을 받아 첫 탈락자로 결정됐다. 하지만 김제동등 매니저역을 하는 개그맨과 가수들은 이구동성으로 김건모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줘야한다고 했고 김영희PD 등은 이를 받아들여 김건모에게 재도전 기회를 부여하고 김건모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는 출연자와 제작진이 앞장서서 서바이벌 이라는 스스로의 중요한 포맷의 원칙을 어기며 시청자를 무시하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시청자들과 청중 평가단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하고 출연자와 제작진의 담합의 결과물인 김건모의 재도전은 프로그램의 진정성과 의미를 일시에 무력화시키는 최악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김건모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부여한 과정을 보면서 과연 방송의 주인이 진정 시청자인가라는 의문마저 들게 한다. 출연자와 제작진은 탈락가수에 감정적인 편들기가 아닌 시청자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했다. 20일 방송에서 이소라 등 일부 출연진이 보인 행태는 대중음악의 소비자이며 가수들을 존재하게 만드는 대중을 철저히 도외시하고 ‘나는 가수다’를 가수들, 그들만의 리그를 하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논란이 클수록 기획의도와 원칙에 철저해야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진정한 사랑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나는 가수다’는 방송 초반부터 편법의 담합을 했다. 진정성 있는 감동과 재미의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초반 제작진과 출연진의 근시안적인 소탐대실의 선택으로 폐지요구까지 시달리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더 이상 치졸한 담합이 없기를 바란다.
['나는 가수다'에서 탈락자 김건모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줘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사진=화면캡처]
배국남 대중문화전문 기자 knba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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