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아, 수돗물 음용 자제해야" 도쿄도 발표에 생수 사재기 급증
도쿄도 수돗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언제나 발표처럼 건강에 당장 지장은 없다고 할 법한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일본 정부에서 유아가 마시기에는 조금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
에다노 관방장관은 23일 오후 5시쯤 기자회견을 갖고, 도쿄도 내 수돗물을 공급하는 정수장에서 유아 음용 규제치의 2배가 넘는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며, "유아는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도쿄도의 수돗물이 유아에게는 해로울 수 있는 물이라고 공식 발표한 것이다. 어른들이 마시기에는 혹은 생활용수로 쓰기에는 문제가 없는 수준이나 유아의 경우는 음용을 삼가는 게 좋다고 한다.
이날 에다노 장관은 기자회견이 끝날 무렵, 유아가 있는 가정을 위해 도쿄도 측과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 중이라며 물 사재기는 자제해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기를 가진 엄마들은 이 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을 듯하다. 나라에서 '수돗물은 유아가 마시기 부적절하다.'고 밝힌 상태에서 안전한 물은 오로지 생수뿐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분유를 마시는 유아들을 키우는 엄마들로선 물에 방사능 물질이 들었다는 소리는 청천벽력과도 같았을 것이다.
에다노 장관이 우려했던 것과 같이, 사재기 현상은 관련 뉴스가 보도되자마자 시작됐다.
지지 통신에 따르면, 도쿄도가 수돗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23일 오후, 시나가와구 대형 슈퍼마켓에서는 2리터 페트병 6개가 들어간 상자 17개가 10분도 지나지 않아 완판됐다고 한다.
"물은 한 사람당 2개씩입니다."
추가 물량을 가져온 점원이 안내하자 많은 손님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서 다행이에요."라며 한 주부(35)는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고.
6,3,1살의 아이를 키우는 이 주부는 TV에서 뉴스를 보고 집에서 나와, 비바람 속에서 자전거를 타고 이 가게에 왔다. 2리터들이 생수 6통이 든 상자뿐 아니라 500밀리리터들이 생수도 잇따라 장바구니에 담고서는 "밥 지을 때도, 된장국 끓일 때도, 수돗물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라며 미간을 찌푸렸다고 한다.
"최근 방사성 물질이 무서워서, 집에서 나오지 않고 홈쇼핑을 통해 물건을 샀었어요."라고 말하는 나카니시 마이코 씨(38)도 총 6리터를 샀다고 한다. 그녀에겐 10개월 된 아이와 3살이 된 아이가 있다.
그녀는 강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사재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건 정말 어쩔 수 없어요."
물을 구입하지 않았던 후다 아야코 씨(40)는 지지통신 기자로부터 도쿄도 발표를 처음 전해 들은 듯, 매우 놀라워했다고 한다.
"거짓말, 어떡해~. 끓여 마셔도 안 돼요?"
1살인 딸에게 분유를 먹이고 있지만, 이미 물은 매진됐다. "물이 없으면 분유를 먹일 수 없다. 2통은 사야된다."라며 그녀는 다른 슈퍼로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매진된 물 대신, 차 종류는 사는 고객도 있었다. 주부 다무라 미키 씨(68)는 "같이 사는 딸 부부를 위해서"라며 녹차 등 2리터들이 6통을 샀다. "2살인 손자가 걱정"이라고 말하며, "설마 물마저 이렇게 되다니..."라고 말했다고 한다.
각 지역에서 방사성 물질이 발생해도 "당장은 문제 없다.(直ちには問題ない)"라고 끊임없이 말하는 일본 정부. 그러나 이번에는 그 말을 꺼내지 못한 채 "1살 이하 유아들은 음용을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순순히 밝혔다.
국민적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 수위를 조절해 말하는 일본 정부조차도 수돗물 내 방사성 물질이 유아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비가 온 다음날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이 같은 일이 또 생기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도쿄도는 안전하다.'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고 있는 도쿄도민들이다. 이 같은 일이 장기화될 경우, 도쿄도민이 갖는 불안감이 크게 확산될 것은 자명하다. 원전 사태가 진정되는 가운데 안정감을 되찾기 시작한 도쿄가 다시금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이동구 기자
마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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