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함태수 기자] "팀에 변화를 주겠다"던 김경문 감독이 칼을 빼들었다. 라미레즈가 넥센전에서 1⅓이닝 7피안타 9실점(9자책) 하던 날, 김 감독은 그를 2군으로 강등시켰다. 아울러 시범경기서 부진했던 홍상삼과 안규영도 2군 버스에 올랐다.
올 시즌 두산은 10년 만에 우승을 노리고 있다. 대다수의 전문가와 7개 구단 감독이 두산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을 만큼 투·타에서 물샐 틈 없는 전력을 자랑한다. 김동주, 김선우, 손시헌 등 고참과 정수빈, 윤석민, 장민익 등 어린 선수들의 신구 조화도 거의 완벽하다. 그러나 시범경기에서 3연패했다. 이렇다 할 반격도 없이 곰들은 주저 앉았다. 결국 "시범경기의 승패는 중요치 않다"던 김 감독의 입에선 "변화를 주겠다"라는 말이 나왔다.
▲ 라미레즈 → 이현승
라미레즈는 공이 가벼웠다. 가볍다 못해 느렸고, 또 높았다. 직구 최고 구속이 139km에 그친 가운데 그의 손을 떠난 공은 포수 마스크를 향해 날아왔다. 타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높이. 넥센 타자들이 놓칠리 없었다. 연습 배팅 하듯 타자들은 그렇게 라미네즈의 공을 때렸다.
라미레즈는 윽박지르는 강속구 투수가 아니다. 애초 두산이 기대한 것도 이 부분이 아니었다. 지저분 한 공으로 타자들을 맞춰잡는 이닝 이터가 되길 원했다. 하지만 140km가 넘지 못하는 공으로는 한국 타자들을 상대할 수 없었다. 직구의 속도가 뒷받침 되주지 못하니, 라미레즈가 자랑하는 써클 체인지업도 통할 리 없었다. 한 마디로 타자들은 속지 않았다. 라미레즈로부터 홈런을 뽑아낸 넥센의 유한준은 "위력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경문 감독은 이현승을 선택했다. 한국시리즈에서 SK 타자들을 상대로 위력적인 투구를 펼친 금민철을 포기하고 두산이 선택한 이현승. 분명 지난 시즌에는 부진했다. 어깨가 완전치 않았고 심리적 부담감으로 인해 제 공을 뿌리지 못했다. 1군과 2군을 왔다 갔다 하며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올 시즌 전지훈련을 통해 부상과 마음의 짐을 한꺼번에 덜어내고 부활을 다짐하고 있다. 제구력이 워낙 좋은 투수이기 때문에 두산으로서도 이현승을 믿고 있다. 23일 넥센전서 4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된 이현승은 "어깨도 많이 좋아졌고 전력을 다해 열심히 던졌다. 선발 투수로 시즌 전체를 소화하는 게 목표"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경문 감독 역시 "팀이 잘 싸울 수 있게끔 안정감 있게 마운드에서 던져줬다. 이현승을 선발로 기용하겠다"고 만족한 모습을 보였다.
▲ 이현승 → 김상현, 조승수, 장민익
이현승의 빈자리는 김상현, 조승수, 장민익 등이 메울 예정이다. 김상현은 2008년 44게임 6승 2패 평균자책점 2.40, 2009년 40게임 7승 6패 평균자책점 4.72를 기록하며 두산 마운드의 주축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연습경기에서 불의의 부상을 입고 골지방종 수술 등으로 재활에만 매달렸다. 시범 경기 초반 김 감독은 "회복 중인 김상현, 이재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 23일 마침내 "이제 훈련을 모두 소화할 정도로 몸이 회복됐고, 피칭 내용도 좋았다고 들었다"며 김상현을 1군에 등록시켰다.
조승수는 제구력이 좋은 투수다. 포수가 원하는 곳에 공을 집어 넣을 줄 아는 몇 안되는 투수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몸을 불려 구위가 더욱 묵직해 졌다. 김 감독은 "투수가 연습에서 70의 모습을 보였다면 보통 시합에서는 80의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연습에서 90을 보이던 애가 60을 보이면 곤란한 것"이라며 "조승수에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즉, 아직 마운드에서 제 모습을 보이지 못할 뿐 조승수의 제구와 구위는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장민익은 좌완 이현승이 선발로 전환하며 유일하게 불펜에 남은 좌완 투수가 됐다. 시범경기에서는 3게임 등판해 2피안타 무실점 행진 중이다. 특히 큰 키에서 내려 찍는 직구가 위력적인데 제구가 낮게 형성될 만큼 로케이션도 좋다. 22일 3대16으로 대패한 넥센전에서는 2회 등판해 타오르던 상대 타선을 잠재웠다. 김 감독은 "현재 (장)민익이 믿음을 주고 있다"고 굳건한 신뢰감을 보였다.
[이현승-김상현-조승수-장민익]
함태수 기자 ht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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