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지역별 제한송전의 불평등, 불만 터져나와, 그러나 여전히 전력부족
도쿄 근교 주민들의 절전생활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22일, 일본 대지진 발생이후, 기자는 처음으로 '마의 7시대' 출근전철에 도전했다. 이제까지는 대개 아침 8~9시대 전철을 이용해서 그다지 붐비지 않았고, 도쿄의 제한송전 이후에는 대부분 버스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만원전철에 도전하는 것은 오랜만의 일이었다.
도쿄에서는 대지진의 영향으로 도쿄전력의 전력공급량이 지진 전보다 약 40% 줄어들면서 일부 지역에 강제적인 정전을 실시하는 제한송전을 실시하고 있다. 백화점 및 전자상가가 영업시간을 줄이고 간판 불을 끄는 등 절전운동이 한참인 도쿄에서는 수도권 주민들의 발이 되는 전철도 40~80% 수준으로 줄인지 꽤 오래다.
당연히 붐빌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오전 7시 출근시간 전철은 경악 그 자체였다. 가뜩이나 비까지 부슬부슬 내려 우산에 짐이 많은 아침, 전철에는 어떻게든 틈을 비집고 타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지만, 오는 전철마다 이미 승객들로 발딛을 틈이 없어보였다.
보통이라면 역무원 두 세명이 나눠서 몰리는 열차 칸에 승객을 밀어넣지만, 이번엔 각 문마다 역무원이 배치되어 있었다. 일명 푸쉬맨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당연히 그만큼 승객이 넘쳐난다는 말이다. 도저히 발딛을 틈이 없어 전철 두 대를 그냥 보냈다. 그 중 한대는 푸쉬맨 다섯명이 달려들어 승객을 밀어넣어야 문이 닫히기도 했다.
세 대째 간신히 전철에 올라타니 영하의 날씨에도 땀이 흘렀다. 전철이 이렇게 붐비는 이유는 근처의 역이 절전을 이유로, 운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출근 러쉬로 몰리는 마의 7시이지만, 제한송전 이후 출근길은 더욱 어려워진 모습이었다.
얼마전 도쿄 외곽에 사는 지인에게 전화를 받았다. "지금 정전상태라 촛불켜고 아무것도 못하고 있어요. 오랜만에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오히려 당황스러워요" 늦은 저녁, 깜깜한 방안에 혼자있던 그녀는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서 무서움을 견뎠다.
제한송전 지역에 살고 있는 그녀는 3.11대지진 발생후 회사에도 출근하지 못했다. 도쿄에서 꽤 떨어진 외곽에 사는지라 전철이 하나밖에 지나가지 않는데, 제한송전을 시작하면서 그 전철이 운행을 정지했기 때문이다. 택시며 버스, 전철을 오가며 간신히 회사에 출근하는데 2시간 30분. 회사에서는 전철이 움직일 때까지 쉬어도 좋다는 휴가를 받았다.
제한송전이 실시되고 있는 지역의 음식점들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예고 사이렌도 없이 시간이 되면 뚝 끊기는 전기. 영업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셔터를 내릴 수 밖에 없는 음식점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특히, 냉장보관해야 하는 식재료 처리가 곤란하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내젓는다.
도호쿠 전력과 후쿠시마 원전 정지 영향은 관동지역 주민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더욱 곤란한 것은 이것이 한, 두달의 곤란함이 아니라 반년, 일년이 지나도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쿄전력은 제한송전 실시이후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는데 갑자기 정전됐다", "앞집은 정전되지 않았는데, 왜 우리집만 정전인가" 등 불평등을 주장하는 시민들의 불만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도쿄 23구 중에서도 외곽에 있는 단 4구(네리마, 이타바시, 아다치, 아라카와)만 제한송전지역에 포함되기 때문에 형평성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제한송전 지역인 이타바시에 사는 남성은 "고급 주택가인 세타가야구가 전기를 써도 더 많이 쓰지 않겠나. 같은 도쿄도민인데 일부만 이런 불평등을 겪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고 불평하고, 아다치구에 사는 주민은 "사이타마 소가시에 있는 집은 하루에 2번, 그 다음날 밤에 정전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틀 연속 정전은 심했다. 적어도 하루씩 번갈아줬으면 좋겠다"며 불평을 털어놓았다.
이케부쿠로역을 이용하는 남성 회사원은 "전철은 안 다니는데 도내의 파친코점이나 게임센터가 번쩍이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기준의 불평등을 지적, 시나가와에 사는 남성(52)은 "아파트 복도에도 늘 불이 켜 있는 집주변을 보면서 불평등을 느낀다. 좀 더 구체적인 절전 실천을 제시해야 한다"고 19일 산케이 취재에 답했다.
이번 지진으로 크게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4000채 이상이 지진 피해를 입고 전기, 가스, 수도가 끊긴 것으로 알려진 지바현 아사히시의 피난소도, 제한송전 대상에 포함되어 빈축을 사기도 했다. 환자가 있는 병원, 학교도 예외없이 제한송전을 하고 있어 곤란을 토로했다. 그러나 병원만 전력을 연결하거나 개별적으로 꼭 필요한 분야에만 전력을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는 상태다.
도쿄를 비롯 관동지역의 주민들도 서서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
그러나 도쿄전력의 후지모토 다카시 부사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냉방이 필요한 올 여름에도 제한송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냉난방이 불필요한 4, 5월에는 안정되겠지만, 냉방이 필요한 여름에는 급격하게 전력사용이 늘어 다시 제한송전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 길게는 올 겨울까지도 일부지역 제한송전이 계속되리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렌호 절전개발담당상은 22일, 서머타임제나 플렉스타임(탄력근무제)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고, 가에다 경제산업상은 23일, "도쿄 23구 내 주택을 대상으로 제한송전이 확대실시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찌됐든 올 여름 제한송전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이제 앞으로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 만원 찜통 전철에 몸을 던질 생각을 하면 지금부터 아찔해진다.
안민정 기자
(사진- 야마모토 히로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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