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함태수 기자] 세 번째 등판에서는 확실히 달라졌다. 두산의 '우승청부사' 더스틴 니퍼트가 24일 KIA전서 6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시범경기 들어 처음으로 6이닝을 소화한 니퍼트는 이날 총 78개의 공을 던지며 4개의 삼진을 잡았다. 최고 구속이 148km가 찍힐 정도로 직구가 위력적이었고 커브, 슬라이더 등 변화구의 로케이션도 좋았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KIA 타자들에게 단 한 차례의 도루도 허용하지 않았다는 사실. 약점으로 지적받던 느린 퀵모션이 개선된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KIA에게 기회가 없진 않았다. 이날 KIA는 니퍼트를 상대로 네 차례 누상에 출루했다. 1회 김선빈이 3루 실책으로, 4회 최희섭이 2루타로, 5회 이현곤이 볼넷으로 베이스를 밟았다. 6회에는 사실상 도루 찬스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종범이 중전 안타로 출루하자 발빠른 신인 윤정우가 대주자로 나선 것.
그러나 느린 퀵모션의 니퍼트를 흔들겠다는 조범현 감독의 작전은 먹혀들지 않았다. 윤정우는 니퍼트의 빠른 견제와 퀵모션에 막혀 도루를 시도하지 못했다. 더욱이 최희섭이 니퍼트의 2구를 공략, 6회는 금방 끝나버렸다.
그렇다면 한화전서 4개의 도루를 허용하며 자멸했던 니퍼트에게 무엇이 달라졌을까.
니퍼트는 구단에서 신사로 통한다. 매너가 좋고 온화한 성품에다 용병으로는 드물게 코칭 스태프의 말에 귀 기울인다. 도루를 4개 허용하던 날에도 "도루를 허용한 것은 전적으로 내 잘못"이라며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였다. 김경문 감독은 이런 니퍼트를 "묵묵하게 자기 역할을 한다"고 했다.
한국 야구의 매서운 맛을 알게 된 직후에는 불펜에서 퀵모션을 연습했다. 니퍼트는 22일 윤석환 투수 코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약 50개 정도의 공을 뿌렸다. 단, 누상에 주자가 있다는 가정 하에 세트 포지션으로만 투구했다. 스트라이드를 할 때 왼쪽 발을 최대한 지면에 붙였고 구위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스탠스(두 발이 벌린 폭)를 넓혀 힘을 모았다.
결과는 성공. 불과 이틀 전 연습한 것을 감안한다면, 견제 동작도 한층 날렵해졌고 슬라이드 스텝으로 바꾼 퀵모션도 비교적 빨랐다. KIA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고 본인은 "오늘 새로운 퀵모션을 선보였는데 조금 더 편안해져야 할 것 같다"고 했지만, 한화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두산 관계자는 최근 "니퍼트는 낙천적이고 긍정적이다. 한화전 때 볼넷 4개를 허용했지만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며 "새로운 투구폼으로 밸런스가 무너질수도 있지만 본인이 '문제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니 잘 적응하지 않겠나. 신사이니 만큼 묵묵히 잘 해낼 것"이라고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
[더스틴 니퍼트. 사진 = 마이데일리 DB]
함태수 기자 ht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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