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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4월1일 방송될 MBC 스페셜 셀러브리티 바이오그래피 ‘태희의 재발견’은 김태희의 자연인과 배우로서의 삶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최고의 스타로 각광받는 김태희에 대한 다큐멘터리여서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태희의 재발견’을 제작한 김새별PD가 지난 8일 김태희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생각나는 것이 지난 2003년‘김태희여, 연기공부 더해라’칼럼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서였습니다.
김태희는 2000년 CF모델로 연예인으로 데뷔한 이후 영화 ‘선물’등에 나서면서 빼어난 외모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리고 서울대 재학 중이라는 보도가 쏟아지면서 관심을 증폭시켰지요. 그리고 그녀가 주연급으로 부상한 2003년 ‘천국의 계단’드라마를 집중적으로 모니터하기 시작했습니다. 김태희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이 드라마에서 연기를 했는데 발음에서부터 표정연기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으로 부실한 연기력을 드러냈습니다.
이 드라마를 모니터하면서 새로운 스타로 부상한 김태희가 결정적인 문제, 즉 연기력 부재가 드러나는 것을 보면서 김태희가 연기를 계속 하기위해서는 연기력의 문제를 빠른 시일내에 보완하지 않으면 계속 문제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김태희여, 연기공부 더해라’라는 칼럼을 썼습니다.
이영애 김희선 고소영 전지현 등 톱스타 연기자들이 연기자로서의 연륜은 쌓여갔지만 연기력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 정체되며 진정한 스타로 인정을 받지 못한 것을 김태희가 되풀이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김태희는 CF 톱모델로 나서고 대중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톱스타로 비상했지만 고질적인 연기력 문제가 그녀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연기력 부족하면 떠오른 스타는 곧바로 김태희라고 할 정도로 문제가 됐습니다.
김태희의 연기력에 대한 대중매체와 대중의 비판은 물론 톱스타였기에 더욱 엄격했던 부분도 있고 연기를 하지 못한다는 선입견이 작용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CF적 이미지와 대중적 인기에 안주해 연기력을 배가시키려는 처절한 노력이 없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김태희가 ‘마이 프린세스’에 출연해 연기하는 것을 보면서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연기가 진화하는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물론 캐릭터의 영향력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캐릭터를 맡아 연기력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톱스타 김태희의 연기력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개선돼야할 점이 많습니다. 그리고 지난 2003년에 썼던 칼럼이 여전히 김태희에게 유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김태희가 자신의 다큐멘터리 제작을 계기로 연기력으로 평가받는 스타로 화려하게 비상하기를 바라면서 지난 20003년 썼던 칼럼을 다시 떠올려봅니다.
*김태희여, 연기력 공부 더 해라!(2003년)
내일의 스타를 꿈꾸는 수많은 연예인 지망생이나 신인들이 각종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기 위해, 그리고 대중에게 연기자로서의 자신의 존재를 각인 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지망생이나 신인들은 출연의 기회조차 잡지 못하거나 대중의 눈길 한번 받지 못하고 연예계를 떠난다.
이런 상황에서 요즘 SBS 일일 드라마 '흥부네 박 터졌네' 와 미니 시리즈'천국의 계단'에서 주연으로 나서는 김태희는 대단한 행운(?)이다. 그녀가 드라마 '스크린' 으로 연기자로서 대중과 처음 만났을 때 언론은 인터뷰 기사에 한결같이 서울대 출신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아무튼 김태희는 화려한 조명 속에 신인으로는 이례적으로 첫 출연작에 주연에 캐스팅 되는 행운 속에 데뷔해 눈길을 끌었다. 거기에 '질투' '국희' '황금시대'로 잘 알려진 이승렬PD의 작품이라는 점도 김태희에게 관심을 모으게 했다.
이 드라마에서 김태희의 대사가 서투르고 표정 연기가 농밀하지 못했으나 일부는 첫 출연하는 신인이라는 점을 감안해 보아 넘겼지만 상당수는 그녀의 연기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대중은 신인과 스타를 구분하지 않고 프로 연기자로서 능수 능란한 연기를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요즘 '흥부네 박 터졌네' 와 '대장금'에 이어 시청률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천국의 계단'의 김태희의 연기를 보면서 이제 더 이상 신인이라고 해서 연기력 부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상황이다.
요즘 연기를 못해도, 노래를 못해도 어차피 엔터테이너 시대인데 괜찮지 않나 라는 안이한 생각과 비판의 부재가 연기 못하는 탤런트, 배우를 양산하고 가창력 부재의 가수를 쏟아내는 척박한 대중문화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무리 이미지 조작의 스타와 어설픈 만능 엔터테이너가 설치는 대중문화계지만 그래도 연기자에게 연기력이 생명이라는 말은 여전히 유효한 말이다.
먼저 미국 CBS 방송이 매년 50대 스타를 발표하면서 스타의 선정 기준으로 네 가지 요건을 제시한다. 이것을 먼저 말하면서 김태희의 연기 스타일과 연기력을 비판하고자 한다. CBS는 스타의 자질로서 가장 중요시하고 가중치를 두는 것이 연기력이다. 다음이 끼, 대중성(인기), 그리고 외모이다.
'천국의 계단'에서 김태희가 연기해 내는 유리라는 캐릭터는 드라마 기획의도에서 밝힌 대로 남들 앞에서 착하고 반듯하게 배려할 줄 아는 천사표 인냥 행세하지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는 어떤 짓도 서슴지 않는 승부욕의 소유자이다. 이중적인 악녀의 캐릭터인 셈이다.
하지만 김태희가 드러내는 유리는 악녀의 이중성은 찾을 수 없다. 더욱이 악녀 캐릭터는 착한 캐릭터보다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그럴 수 있겠다는 개연성을 높여 주어야 하는데 김태희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김태희가 유리를 표출하는 것은 단 세 가지 연기패턴으로 요약할 수 있다. 눈 치켜 뜨기, 소리 지르기, 액션 크게 하기이다. 이로 인해 살아 있는 유리가 아니라 박제된 유리가 됐다. 트렌디 드라마에서 지겹도록 등장하는 선악의 대결에서 보이는 악녀의 전형적인 연기패턴 조차 소화하지 못하는 연기력 부재를 드러낸 것이다.
'천국의 계단'에서 극중 상황과 극적 전개, 그리고 다른 캐릭터와의 관계가 변화하고 있는데도 김태희가 드러내는 유리는 미묘한 심리 변화나 내면의 파동 없이 일관된 모습이다. 그래서 6회분의 유리나 8회분의 유리나 변화가 없어 이 때문에 건전지로 동일하게 작동되는 인형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이다.
연기자에게 캐릭터를 소화하는 데에는 두 가지 타입이 있다. 철저히 극본 속의 캐릭터에 자신을 맞추는 타입과 캐릭터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 표현하는 유형이다. 둘 다 자신의 캐릭터 분석에 대한 노력, 캐릭터와 유사한 사람들의 경험과 행태에 대한 관찰과 자신의 성격과 경험의 융합, 지속적인 대사와 표정 연기의 연습 등이 요구된다.
연기자가 결코 배역 속에서 자신을 잊어버려서는 안되며 연기를 타인의 관찰이나 전통적인 기술에 기초해야한다는 디드로의 연기론을 따르든 아니면 연기자는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로 가능한 완전히 살아야하며 연기자가 내면적으로 어떻게 느끼는가에 연기를 기초해야한다는 스타니슬라프스키의 연기론을 따르든 김태희의 현재의 연기는 부족하기만 하다.
20~30년을 연기를 해 온 많은 중견 연기자들이 새 작품을 들어가면서 새 캐릭터를 만들어 낼 때 긴장하며 수십번 극본을 읽고 또 읽는 철저함을 보인다. 이런 노력이 있기에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는 것이고 대중에게 공감을 일으키는 것이다.
진부하고 상투적인 캐릭터를 드러내는 데에는 김태희의 능력과 시간의 한계도 있겠지만 결국 노력의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능수 능란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나 탤런트들도 겹치기 출연을 기피한다. 한 작품의 캐릭터에 온전히 몰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태희는 벌써부터 일일극과 미니 시리즈의 겹치기다. 대중의 인기보다 연기력 향상에 힘을 쏟아야 한다.
김태희는 앞으로 진정한 연기자로 살아가려 한다면 현재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연기력에서의 문제점에 보완 없이는 힘들다. 그것이 당장의 대중의 환호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좋은 배우는 캐릭터의 내적 확신과 지식을 브라운관을 가로질러 전달하며 시청자의 의식속으로 직접 전달한다. 김태희가 그런 좋은 배우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스타'의 저자 애드가 모랭의 말 한마디를 건네주고 싶다. "신인은 자신의 몸매를 보여주려 하지만 스타는 자신의 영혼을 보여주려 한다."
['태희의 재발견'은 김태희의 자연인과 배우로서 삶을 조명하는 다큐. 사진=MBC제공]
배국남 대중문화전문 기자 knba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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