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함태수 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8일 프로야구 30주년 기념리셉션을 열고 ▲2014년 10개 구단 체제 - 2020년 12개 구단 체제 ▲ 독립리그 등 하위 리그 체제 개편 및 유소년 야구 지원 시스템 구축 등을 골자로 한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야구인들은 이 같은 목표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고교야구는 주말리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6일 개막한 고교야구 주말리그는 야구선수들이 일반 학생들과 경쟁해서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취지다. 한 마디로 운동 선수의 학습권 보장. 하지만 이같은 새로운 시스템에 오히려 어린 선수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주말에만 경기가 진행되다 보니 감독들은 잘하는 선수 위주로 팀을 꾸리게 되고 실력이 부족하다 싶으면 외면하고 만다. 결과로서 보여줘야 하는 일선 감독의 입장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때문에 "많은 선수 필요없이 한 팀에 15명의 선수만 있으면 한 시즌을 운영할 수 있고, 일부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 조차 경기에 나설 기회가 없다"는 학부모들의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프로구단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KBO 유영구 총재는 29일 열린 2011 프로야구 미디어데이에서 "올해로 출범 30주년을 맞은 프로야구가 600만 관중을 넘어 700만 관중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야심차게 말했다. 그 어느 때보다 야구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많은 상황에서 팬을 위한 야구를 하겠다고 유 총재는 밝혔다. 하지만 모 구단 고위 관계자는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야구를 하던 학생이 진학하려고 해도 서울 고등학교에는 자리가 없는 게 현재의 모습"이라며 "주말리그를 운영하면서 고등학교 들어가는 것이 마치 프로선수가 되는 것 만큼 힘들어 졌다"고 푸념했다. 이어 그는 "2020년까지 12개 팀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현실을 보라. 현재 고등학교 학생들이 야구를 계속할지 말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한국 야구의 인프라가 열악해도 너무 열악하다. 이래선 12개 구단이 나올 수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맞는 말이다. 주말리그가 운영되면서 선수들의 학습권이 보장됐지만 더 심한 경쟁과 성적 지상주의에 어린 선수들이 내몰리게 됐다. 또 어린 선수들이 일찌감치 야구를 포기하면서 12개 구단을 만들 수 있는 인재 조차 찾기가 힘들어 졌다. 아무리 프로야구가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하더라도 냉정히 말해 아마추어 야구의 현실은 어둡다.
서울의 한 명문고 코치는 최근 "어차피 야구 선수들과 일반 학생들은 목표가 다르다. 몇 년만에 교복을 입은 선수들이 공부가 제대로 되겠냐"며 "선수들은 다른 학생들 공부할 때 공 한 개 더 던지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이어 이 코치는 "나도 사람인지라 다 가르쳐 주고 다 키워주고 싶지만 결과로 보여줘야 하는 위치에 있다. 어쩔 수 없이 잘하는 선수만 예뻐하게 된다"며 "이미 상당수는 좁은 프로의 관문을 뚫으려고 생각조차 안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KBO는 올 시즌 700만 관중을 돌파하고 장기적으로 12개 구단을 만들겠다고 했다. 반가운 소식이고 야구인으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분명 튼실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아직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지만 아마추어 야구와 프로야구의 기형적인 구조는 심각한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아마추어 야구, 나아가 유소년 야구에 대한 보다 큰 관심이 필요하다.
[시범경기에도 불구하고 관중이 가득 들어찬 잠실 야구장]
함태수 기자 ht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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