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영화를 지금 막 봐서 멍해서 그런지 정신이 없네요. 성심 성의껏 대답해 드리고 싶은데 잘 떠오르질 않아서... 다음주에 다 인터뷰 하시죠? 인터뷰에서 만나게 되면 그때는 잘 말씀 드리겠습니다”
최근 ‘태도 논란’, ‘불성실’ 논란에 휩싸인 배우 류승범이 지난달 31일 열린 ‘수상한 고객들’ 언론시사회 기자회견 당시 한 말 그대로다.
일부 언론에서는 주연배우의 이 말 한마디에 장내 분위기는 ‘얼음장이 됐다’고 까지 표현하면서 그가 출연한 영화의 작품성까지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류승범은 왜 이런 말을 하게 됐을까? 정확한 원인은 본인을 만나서 물어봐야 알 일이지만 류승범의 소속사 NOA측은 “언론시사회 관과 별개로 일반 시사회관에서 배우들이 3번의 무대인사를 진행해야 했다. 그 결과 배우들은 언론시사회관과 비교해 15분 가량 늦게 영화를 보게 됐고, 그 결과 배우들은 언론시사회관 일정에 맞춰 영화 뒷부분을 보지 못한 채 기자회견에 임해야 했다”고 해명했다.
한 마디로 배우들은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보지도 못한 채 기자회견장으로 부랴부랴 이동해야 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류승범 뿐만 아니라 정선경 또한 “영화를 오늘 봐서 멍하다”고 대답을 했다.
류승범에게 질문이 가기 전 상황도 문제였다. 영화가 끝나자 마자 부랴부랴 곧바로 시작된 기자회견 상황은 참 애매했다. 배우들이 착석하자 마자 단상에 오른 사회자는 곧바로 취재진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일반적인 영화의 기자회견이라면 사회자가 먼저 배우와 제작진에게 “영화를 본 소감은 어떠신가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는 대다수 영화 기자회견에서 정해진 수순이고, 영화를 직접 만든 감독이 연출의 변과 포인트를 설명하면서 배우들에게 답변을 준비할 시간을 주게 된다.
이 같은 ‘관례’ 없이 시작된 기자회견은 초반 몇 분간 아무런 질문이 나오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기자회견에 질문을 준비해야 하는 취재진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고, 그 결과 몇 분간의 정적이 기자회견장에서 흘렀다.
이윽고 나온 “영화를 통해 뭘 말하고 싶었나?”는 논지의 제작진에 대한 질문에 이어 류승범에게는 “영화 연기에 대한 소감과 관전 포인트는?”이라는 내용이 나왔다. 다소 비평조의 질문에 연출을 맡은 조진모 감독은 겨우 대답했지만 분위기는 극도로 냉각됐고, 이내 류승범은 “멍해서 답변을 할 수 없다”는 조의 대답을 한 것이다.
영화를 다 보지도 못한 배우에게 영화 전반적인 연기 포인트와 궤를 설명해달라는 질문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내 자신의 실수를 포착한 것 일까? 류승범은 웃으면서 “다음주에 인터뷰 다 하실거죠? 그때 뵙겠습니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초반 다소 침울하게 시작한 기자회견 분위기는 한번 더 냉각됐으며, 이후 류승범에 대한 질문은 이어지지 않고 박철민, 정선경, 윤하에 대한 질문만 이어지다 서둘러 기자회견을 종료해야 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마치 류승범 이라는 배우 한 사람의 잘못으로 이날 기자회견 자체가 엉망이 된 것으로 만들고 있으며, 더 나아가 “배우가 영화에 대한 불만이 있어서 그런 태도를 보인 것”이라는 추측까지 내놓고 있다.
하지만 류승범 뿐만 아니라 영화를 15분이나 보지 못한 모든 배우들은 이날 영화 전반에 대한 질문에는 대답을 회피한 것이 사실이다. 한 출연진 관계자는 마이데일리에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지 못했다. 기술 시사라던가 사전 시사라도 있었으면 영화 내용을 알고 대답을 했을 텐데, 영화 중간에 갑자기 끌려나가서 기자회견에 참석하느라 모든 배우가 경황이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물론 불성실하게 비쳐질 답변을 한 것은 류승범의 잘못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수 개월간 동고동락하며 혼신의 힘을 기울인 자신의 영화를 전체를 볼 시간도 주지 않고 기자회견에 참석시킨 영화 관계자들 또한 잘못이다.
더 나아가 ‘논란’이 불거지자 당시 상황을 직접 파악하지도 않고 ‘류승범 태도논란’이라고 보도한 일부 언론으로 인해 류승범은 영화가 별로인 것 같아 기자회견 답변도 불성실하게 한 ‘나쁜 연기자’로 까지 비화되고 있다.
하지만 류승범은 ‘방자전’, ‘부당거래’ 등 최근 참여한 모든 작품에서 성실하게 질문에 응했다. 연인 공효진 관련해 답하기 불쾌한 개인적인 질문이 나와도 그는 성심성의껏 대답해 온 인물이다.
류승범의 ‘멍하다’는 불쾌함과 영화에 대한 불만이 아닌 자신의 영화를 제대로 못 본 상태에서 나온 어려운 질문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을까? 류승범을 마치 영화 홍보에 참여하지 않는 죄인마냥 몰고 가는 세태가 아쉬울 뿐이다.
[사진 = 류승범]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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