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 '스피드 강조론'의 숨은 뜻

[마이데일리 = 고동현 객원기자] "아마 작년이었으면 바꿨을 거야"

지난해 챔피언 SK는 개막전에서 넥센을 꺾고 2011시즌을 기분 좋게 출발했다. 하지만 결코 쉬운 승리는 아니었다. 6회까지 0-0으로 맞섰으며 2-0으로 앞선 9회초에는 2사 2,3루 동점 위기를 맞기도 했다.

▲ 동점 위기에 상대는 좌타자였지만 선택은 정대현… 이유는?

마운드에는 올해 마무리로 낙점된 정대현. 2사 1루에 등판한 그는 강정호에게 우전안타를 맞았다. 여기에 우익수가 공을 더듬으며 2사 2, 3루가 됐다.

다음 타자는 잠수함 투수에게 강하다는 인식이 있는 좌타자(오재일)가 있었다. 덕아웃 옆 불펜에는 좌완 이승호(20번)가 몸을 풀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정대현으로 바꾸지 않았고 결과는 2루 땅볼.

3일 경기에 앞서 김 감독은 개막전을 복기하며 "만약 작년이었다면 정대현을 교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그 비밀은 정대현의 볼 스피드에 있었다.

정대현은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인해 지난해 자신의 투구를 선보이지 못했다. 볼 스피드 역시 줄어들었다. 겉으로 드러난 성적은 4승 1패 4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1.40으로 뛰어났지만 투구내용이 예전같지 않았다. 결국 시즌 중후반부터는 송은범이 붙박이 마무리가 됐다. 대신 정대현은 중요한 상황에 중간계투로 나서 1~2타자만을 상대하고 내려갔다.

올시즌을 앞두고 부상에서 탈출했고 스프링캠프에서 올시즌 마무리 투수로 낙점 받았다. 부상 회복이 근본적인 요인이기는 하지만 부상 회복으로 공 스피드가 올라온 점이 합격점을 받은 이유였다.

제 아무리 공 스피드보다 제구력이 중요시되는 잠수함 투수이지만 그 기본 요건은 구속이었던 것이다.

▲ 아무리 제구력이 좋아도 스피드가 없다면…

투수의 기본 요건 중 '스피드가 먼저냐, 제구력이 먼저냐'는 문제는 야구계의 오랜 논쟁 거리 중 하나다. 하루도 빠짐없이 선수들의 기량을 향상시키고자 노력하는 김 감독에게 투수들의 제구력이 중요하지 않을 리 없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구속이 나오지 않으면 제구력이 무용지물이기에 공의 구속을 강조하는 것이다.

시범경기 때부터 이어진 짐 매그레인에 대한 혹평에도 이러한 이유가 숨어있다. 매그레인은 지난해 대만 프로야구 슝디 소속으로 참가한 SK와의 경기에서는 146km까지 기록하기도 했지만 평균 직구 스피드는 140km 안팎에 불과하다. 3일 넥센전에서도 최고구속이 140km에 그쳤다.

이날 경기에 앞서 김 감독은 "130km대를 던지는 투수들은 컨트롤이 절묘해야 한다. 공 반 개를 넣고 뺄 수 있는 '핀포인트 제구력'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매그레인을 보니 제구력이 아무리 좋더라도 구속이 안나오니까 실전이 되면 피해가려다가 볼넷을 준다"고 말했다.

결국 매그레인은 3일 넥센전에서 유리한 볼카운트를 활용하지 못하고 2이닝 3실점하며 조기강판 당했다.

외국인 선수로 가네무라 사토루 대신 매그레인을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체적으로는 가네무라가 위였지만 스피드가 더 안나왔다"라고 밝힌 김 감독은 "스피드가 없으면 변화구가 안 산다. 1경기 정도는 잘 던질 수 있지만 상대에게 익숙해지다보면 맞을 수 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사진=SK 김성근 감독]

마이데일리 press@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