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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의 스타★필]
남규리가 처녀 귀신이 됐다. 아니 될 예정이다. 요즘 방영되는 SBS 수목드라마 ‘49일’ 얘기다. 극중 남규리는 결혼을 앞두고 불의의 교통사고로 몸은 뇌사상태로, 영혼은 구천을 떠도는 비운의 주인공 신지현역을 맡았다. 처녀 귀신의 일반적인 이미지는 소복에 머리를 풀어헤치고 얼굴 어딘가에 피를 묻히고 있을 것 같지만 남규리는 다르다. 산뜻한 파스텔 원피스에 찰랑찰랑 긴 머리를 휘날린다.
남규리가 처음 등장했을 때 ‘제2의 송혜교’로 불릴 만큼 찬란한 외모로 눈길을 끌었다. 아담한 키와 오목조목 인형 같은 외모는 송혜교와 흡사하다. 2006년 여성 3인조 그룹 ‘씨야’로 데뷔한 남규리는 허스키한 가창력과 상반되는 요정 같은 이미지로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배우의 뜻을 품고 팀을 탈퇴하고, 2008년 영화 ‘고사:피의 중간고사’에 주인공으로 발탁되면서 연기자로 전업한다. 데뷔작이지만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가수 출신 연기자에게 따라붙은 편견을 물리치고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뤘다.
김수현이 창조한 인물들은 남녀노소 모두 달변가이다. 거기다 남규리가 맡은 양초롱은 대가족의 사랑은 받은 천방지축 막내딸이라 말도 많고 빨랐다. 남규리는 실제로 말이 느리고 호흡도 느린 편이라서 긴 대사를 입에 붙이기 힘들었다. 결국 피나는 노력과 연기만이 살길이었다. 대본을 너무 읽어 너덜너덜 낡아질 만큼 연습을 했고, 그 결과 작가와 PD, 시청자가 모두 인정할 만큼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끝마친다. 특유의 발랄한 캐릭터을 살려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이다.
그리고 올해 ‘49일’ 속 신지현으로 돌아온다. 신지현은 세상물정 모르는 부잣집 외동딸에서 불귀의 영혼이 되어 남의 몸을 빌려 사는 존재. 송이경(이요원) 몸을 들어가 회생할 궁리를 하지만 자신의 약혼자와 절친의 몰래 사랑을 목격하고 복수를 계획한다. 예비(?) 처녀귀신 신지현는 천방지축 발랄함에서 배신의 치를 떨고 오열하는 일희일비하는 복잡한 심경까지 모두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캐릭터이다. 남규리는 ‘49일’ 대본 또한 네 귀퉁이가 닳아 접혀질 만큼 열심히 임하고 있다. 무한 긍정의 힘으로 닥친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있는 신지현은 남규리와 닮아있다.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가 우여곡절이 겪으며 단단해지듯 가수에서 배우로 시련을 겪으며 자신을 제련하여 연기자로 잘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가수 출신 특히,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은 숙명적으로 연기력 논란에 시달려왔다. 신인 배우에 비해 인지도가 높을 뿐 아니라 이미 두터운 팬층이 확보되어 있기 때문에 가수들의 배우 도전은 일반화되어 있다. 그러나 몇몇을 제외하고는 단발성 이벤트나 발연기라는 오명을 쓰고 쓸쓸히 물러나야 했다. 가수 출신 연기자의 성장통인 연기력 논란을 이겨내고 비로소 연기로 인정받아가는 남규리가 더 큰 배우가 되길 기대해본다.
['49일' 포스터, 고사 포스터, 인생은 아름다워 포스터]
함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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