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마치 고등학교 시절로 되돌아간듯한 폭포수 커브였다.
SK 좌완 에이스 김광현이 5일 잠실 LG전에 올시즌 첫 선을 보였다. 결과는 6⅔이닝 4피안타 4탈삼진 4실점(3자책). 김광현이라는 이름값에 비해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이지만 6회까지는 1자책도 기록하지 않는 뛰어난 투구를 선보였다.
결과보다 더욱 눈길을 끌었던 것은 그가 선보인 구종. 이날 김광현은 트레이드마크인 슬라이더를 비롯해 직구, 스플리터, 커브를 던졌다. 이날은 주무기인 슬라이더보다 커브가 더욱 빛났다. 그가 던진 100km 초반대 커브는 아마추어 시절 때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 '광현공고' 시절 그의 주무기였던 '폭포수 커브'
김광현은 안산공고 시절 에이스 겸 4번 타자로 팀을 혼자 이끌다시피 했다. 때문에 김광현의 고등학교 재학 당시 안산공고는 '광현공고'라는 웃지못할 별칭을 얻기도 했다.
마운드 위에서 그가 타자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제압했던 구종은 커브였다. 188cm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낙차 큰 커브에 타자들은 연신 헛방망이를 돌렸다.
하지만 프로 입단 후 김광현에게서 폭포수 커브를 보는 것은 힘든 일이 됐다. 어느덧 그의 주무기는 커브가 아닌 슬라이더로 변해 있었다.
▲ 투구 매커니즘상 두 구종 함께 잘 던지기 어려워
물론 이유는 있다. 김광현도 예전의 장기인 커브와 현재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둘 다 던지면 좋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투구 매커니즘상 슬라이더와 커브를 함께 잘 던지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김광현 본인 역시 2009년 당시 커브에 대한 질문에 "지금 투구 매커니즘상 100km 초반대 느린 커브를 던지기 쉽지 않다"도 밝혔다. 당시 100km 초반대 커브를 몇 차례 선보이면서도 '고등학교 때와 같은 느낌이 오느냐'는 질문에 "아직까지는 아니다. 지금까지는 구종의 구색을 맞추는 정도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 슬라이더에 커브까지 두 마리 토끼 잡았다
2년 전 그의 대답이 무색할 정도의 2011시즌 첫 투구였다. 이날 김광현은 슬라이더와 커브,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경기 초반에는 슬라이더 비중이 높았지만 이닝을 거듭할 수록 커브의 개수가 늘어났다.
커브를 던지다가 한 차례 안타를 맞기도 했지만 대부분 헛스윙 또는 범타를 만들어냈다. 4번 타자로 나선 박용택은 그의 100km 초반대 커브에 헛스윙을 한 뒤 허탈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날과 같은 모습이 이어질 경우 올시즌 김광현에게 큰 힘이 될 전망이다. 현재 김광현이 던지는 구종 중 130km 미만은 커브가 유일하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커브가 들어오면 상대 타자들은 허를 찔릴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커브 뒤 들어오는 직구나 슬라이더는 공의 위력이 배가된다.
비록 이날 승리는 챙기지 못한 김광현이지만 '광현공고' 시절을 떠올린 폭포수 커브만으로도 수확이 있었던 개인 통산 100번째 등판이었다.
[사진=SK 김광현]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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