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4⅓이닝 4피안타 2탈삼진 1사사구 3실점(2자책). 외국인 투수라면 조금은 실망스러운 성적. 5일 잠실 SK전에서 데뷔전을 가진 LG 새 외국인 좌완 벤자민 주키치의 기록이다.
하지만 이날 주키치의 진가는 기록에 나타나지 않았다. 경기를 본 사람들이라면 모두 '합격점'을 줄 만한 투구를 펼쳤다.
출발은 상쾌했다. 1회 세 타자를 모두 범타로 처리하며 공 10개로 마무리했다. 2회부터 서서히 일이 꼬였다.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낸 이후 다음타자 최정을 평범한 뜬공으로 유도했지만 2루수 김태완이 놓치며 1사 1루가 될 상황이 무사 1,2루로 변했다. 그럼에도 이후 세 타자를 막아내며 또 다시 무실점을 기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좌완의 커터에 SK 우타자들이 때린 타구는 연신 3루쪽 파울이 됐다.
하지만 2회는 불행의 시작에 불과했다. 주키치는 3회 2아웃을 잡아낸 이후 박재상을 상대로 우익수 뜬공을 만들었다. 이닝 종료 상황. 하지만 우익수 이진영의 타구 판단 실수로 순식간에 2루타로 둔갑했다.
이후 박재홍을 2루 앞 땅볼로 유도하며 '또 다시' 이닝을 마무리하는 듯 했다. 그러나 2루수 김태완이 공을 더듬었고 이닝은 이어졌다. 결국 박재홍에게 내야안타를 맞으며 1실점.
자책점은 아니었지만 웬만한 선수들이라면 흥분할 수 있는 상황. 더욱이 주키치는 이날이 한국 무대 데뷔전이었다. 그럼에도 주키치는 최정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그의 진가가 드러난 것은 그 이후. 주키치는 이닝 종료 후 멋쩍게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김태완과 이진영을 기다려줬다. 이어 괜찮다는 표시로 엉덩이를 토닥였다. 실수한 사람이 한 번 더 미안해지는 '쿨한 모습'이었다.
비록 4회 2실점하며 이날 주키치의 실점은 3점으로 늘어났지만 LG가 성공적으로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고 호언장담할 수 있는 경기였다. 성격에 위기관리능력, 절묘한 제구력까지 주키치의 진가가 모두 드러난 첫 등판, 그리고 3회 그 순간이었다.
[사진=LG 벤자민 주키치]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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