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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김인순…생일 축하한다……참. 열심히 살았다. 앞으로도. 쭈욱. 그렇게. 살렴 …설사. 내가 내맘같지 않더라도 난 세상에 하나고 소중한 캐릭터의 주인이다. 엄마……쌩유……”가수 인순이가 5일 자신의 생일을 맞아 자축하는 글을 미투데이에 올렸다.
오는 5월 7일과 8일 양일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콘서트 'The Fantasia' 준비에 여념이 없는 인순이의 이 글을 보면서 그 의미를 되새김질한다. 그리고 인순이는 이말을 할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생일 자축의 글을 읽으며 인순이 그녀 자체가 왜 우리에게 선물이자 희망이고 감동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나 자신에게 박수치고 ‘진짜 멋져’라고 얘기해요, 왜냐하면 내가 봐도 정말 근사하고 멋지게 살아온 걸요. 내 앞에 많은 장애물도 헤쳐가면서 말이에요.”
‘한국 최고 가창력의 가수’, ‘한국 디바의 최고봉’‘세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팬을 확보한 스타’‘폭발적인 카리스마와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관객을 휘어잡는 가수 여왕’‘판소리에서부터 댄스까지 모든 음악을 소화하는 이 시대의 여자 가객’…
한결같이 극찬의 수식어로 묘사되는 주인공은 이렇게 자신의 인생을 평했다. 이러한 찬사를 받는 사람이면 충분히 자신의 인생을 이렇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 주인공이 ‘인순이’라고 하면 다시 한번 그 말의 의미를 되새김질 하게 될 것이다.
한때 삶 자체가 고통이었던 인순이, 이제 그녀 이름은 우리에게 큰 희망이며 감동이다. 인순이는 혼혈 가수와 무명, 신인 등 힘든 상황에서 노력하는 연예인 뿐만 아니라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용기 내 삶을 살아가게 힘을 주는 인생의 좌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나이 54세, 그리고 가수 활동 경력 33년, 이정도의 나이와 활동 경력이 나오면 연예계에선 뒷전으로 물러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인순이는 이를 단호히 거부한다. 10~20대 가수도 소화하지 못할 대형콘서트를 혼자서 소화하는 것에서부터 아이돌 그룹의 전유물이라는 ‘뮤직뱅크’‘쇼 음악중심’까지 출연하고 있는 왕성한 전성기의 현역임을 온몸으로 입증하는 가수가 바로 인순이다. 대중은 인순이가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 조건반사식으로 특유의 에너지가 넘치는 노래와 퍼포먼스를 기대한다. 그만큼 인순이는 가수로서 최고의 성공을 거둔 스타다. 그것도 실력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말이다.
오늘의 인순이는 진부하고 상투적이지만 그녀의 핵심을 드러내는 것은‘시련을 이겨낸 입지전적인 스타’라는 사실이다.
인순이는 한국인 어머니와 주한미군으로 근무했던 흑인 아버지 사이에 혼혈아로 태어난 순간부터 차별과 편견 속에 던져졌다. 오죽했으면“학교 다닐 때는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라고 말했을까. 그리고 그녀는 아버지의 부재 속에 자랐다. 여기에 그녀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못한 채 생업의 현장에 뛰어들어야했다. 그야말로 혼혈아, 학력, 경제력, 아버지 부재 등 우리사회에서 힘든 경우의 수를 모두 감내해야했던 사람이 바로 인순이다.
그녀는 살기 위해 연예계에 뛰어들었다. 그것이 바로 1978년 3인의 여성 그룹으로 결성된 희자매다. 희자매 때 인순이는 빼어난 댄스와 가창력을 보였지만 대중이 보내는 시선은 혼혈아에 대한 편견이 가득 찬 이색적인 외모만을 향하는 것이었다. 이때 인순이는 이를 악물었다.
인순이는 “20대 때 유일한 바람은 연예계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자 였어요. 힘든 걸 힘들다 생각하지 말고 잠깐 오는 시련이라고 생각하면 이길 수 있다. 인생을 살면서. 돌부리 채이고 눈도 맞고 비도 맞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혼혈아를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일부 대중의 시선에 대해서도 “내가 합리화시키려고 너무 많은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외국에도 차별은 다 있다. 나는 엔터테이너다. 어떤 거라도 돋보이면 된다. 어느 팀에 있어도 제일 돋보였다. 이것도 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꼭 고통이고 힘들고 단점이라고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인순이는 이처럼 자신에게 멸시와 무시, 편견을 보내는 혼혈아라는 외모마저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눈비내리고 차가운 날씨에서도 견뎌내는 잡초 같은 생명력을 인순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던져진 시련을 이겨내며 온몸으로 체득했다. 이러한 생명력은 온몸을 던져 혼신의 힘을 다하는 가창력으로 발산됐다. 솔로로 활동하면서 ‘열린 음악회’를 통해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역동적인 퍼포먼스와 가창력을 선보이면서 인기 가수 대열에 합류한 인순이는 이후 가수로서 꿈의 무대인 카네기홀 공연 등 탄탄대로를 걸었다. 하지만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음악적 실험, 새로운 장르의 도전, 무대의 규모와 상관없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자세 등을 견지했다.
“2006년 9월 4일, 제 인생에 전부였고 가장 소중한 어머님이 임종하셨습니다. 그 때도 공연장에서 공연을 했죠. 관객들에게 아무 내색도 않고 웃고 떠들며 활기차게 공연을 했죠”라는 인순이의 말은 그녀가 얼마나 처절하게 자신의 무대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이다.
인순이의 대단한 측면은 또한 연륜과 성공에 갇히지 않고 가수로서의 열린 자세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인순이는 후배 가수 중 경쟁상대가 누구냐는 질문에 대해 “후배가수 전체다. 내가 못 갖고 있는 걸 그 친구들이 하나씩 다 갖고 있다. 어느 날 음반 사서 공부한다. 후배들도 스승이 될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오늘의 인순이는 이처럼 태어나는 순간부터 멍에처럼 짊어진 편견과 멸시, 궁핍에 굴복하지 않고 이겨내며 체득한 생명력,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삶의 긍정성, 그리고 오늘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자세, 편견을 받으며 살았지만 멸시와 무시를 하는 사람들에게 조차 열린 마음으로 끊임없이 소통하려는 태도 등이 어우러진 결과물인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가 인순이를 진정한 스타로 찬연하게 빛을 발산하게 만든다. 바로 인순이가 다문화 가정 등 자신과 같은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손 내미는 것과 그들 곁에 끊임없이 다가가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제가 필요한데는 늘 달려가려고 해요. 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잖아요. 저는 힘든 시절과 시련을 겪었을 때 저에게 내민 따뜻한 손길이 얼마나 소중하고 큰 힘이 되는지를 너무나 잘 기억해요. 작은 사랑이지만 늘 내손을 내밀고 싶어요.”
후배 혼혈인 가수 소냐는 말한 적이 있다. “인순이 선배는 존재 자체만으로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줍니다. 인순이 선배는 한때 삶 자체가 고통이었지만 그 고통에 굴하지 않고 아름다운 자신의 꿈을 키우고 실현시켰으니까요. 저 역시 인순이 선배 같은 길을 가고 싶어요.”
소냐의 말을 들으면서 떠오르는 노래의 진짜 주인공이 바로 인순이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인순이가 불러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거위의 꿈’이다.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언젠가 난 그 벽을 넘고서/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 이 무거운 세상도 나를 묶을 순 없죠 /내 삶의 끝에서 난 웃을 그날을 함께해요…’
[늘 무대에서 최선을 위해 땀을 흘리는 인순이. 사진=마이데일리 사진DB, 인순이 미투데이]
배국남 대중문화전문 기자 knba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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