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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서남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과 관련해 사과했지만 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서 총장은 4일 KAIST 홈페이지에 "KAIST 가족 여러분께"란 글을 올리고 올해 들어 학생 3명이 잇따라 자살한 사건에 대해 "KAIST 총장으로서 고인의 가족, 친구, 그리고 나아가 국민들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서 총장은 "우리가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더라면 소중한 생명을 잃는 비극적인 상황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도 든다"며 "KAIST는 이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또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구체적인 예방 프로그램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 총장이 밝힌 새 정책과 예방 프로그램에 따르면 원활한 신입생 지도를 위해 학부 과정을 소규모 그룹으로 재편성했고 교수와 대학원생을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했다. 또한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즐거운 대학생활'이란 프로그램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서 총장은 또한 "오늘날 학생들은 대학에서 이전 세대가 겪은 것보다 더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다. 또 전자게임 등 학업을 방해하는 요소도 이전보다 더 많아졌다. KAIST 교수들의 학문에 대한 원칙과 학생들에 대한 높은 기대로 학생들은 학업에 대한 부담도 많이 가지고 있다"며 "학생들은 학교, 부모, 동료 학생, 사회로부터 항시 압박감을 느끼고 있으며, 일부는 재정적인 압박감까지 겪고 있다. 이 밖에도 취업이나 개인적인 꿈을 준비하면서 학생들이 스스로에게 가하는 부담감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오늘날 우리는 예전 세대들이 가질 수 없었던 많은 편리와 기회를 누리고 있으며, 가중된 압박감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우리가 지불해야 되는 대가일 수도 있다"며 "이 세상 그 무엇도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노력 없이, 고통 없이, 희생 없이는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다"고 했다.
서 총장은 "궁극적으로 해결책은 우리들 각자의 마음과 자세에 달렸다고 본다. 만일 우리가 '항상 이길 수는 없으며, 나중에 이기기 위해 때로는 지금 질 수 있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우리는 이런 문제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 주위의 성공한 사람들도 이전에 수없이 실패하고 좌절해봤기 때문에 현재의 위치에 있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서 총장의 사과가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는 "학생들이 나약해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말인가?", "경쟁에서 밀리는건 개인이 약한 탓인가", "무조건 경쟁하면 성과가 나온다는 생각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선 "총장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경쟁에는 인내가 필요한게 당연하다", "압박감을 너무 심하게 받아들이지 말라는 얘기다"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사진 = 카이스트]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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