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중3 시절 "래퍼가 되어야지"란 다짐을 했고 10년이 흐른 지금 첫 앨범을 발표한 힙합그룹 메이키즈(Makidz)의 래퍼 인스티노(Inst2No)입니다. 제 음악, 그 중에서도 힙합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제가 음악에 빠져든 건 11살 때입니다. 1995년에 발매된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Come back home)'을 들었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순간 처음으로 랩이란 것에 사로잡혔습니다.
그 이후 중학교 친구의 권유로 드렁큰타이거와 CB MASS, 그리고 에미넴의 음악을 듣게 됐고 힙합의 매력에 완전히 매료됐습니다. 사랑 노래 뿐인 가요 음악에 질려있던 제게 힙합이 들려준 다양한 이야기는 제게 래퍼의 꿈을 심어 주었습니다.
힙합은 사랑, 우정, 가족, 정치 아니면 때로는 정말 소소한 일상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여러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힙합이라면 죽는 그 날까지 내 평생의 이야기를 담아 나를 보여줄 수 있고 대변해 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힙합에 대한 믿음은 제게 음악에 대한 창조 욕구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중3 때 다짐 이후 매일 일기장을 쓰듯 힙합 가사를 적어 내려갔습니다. 그렇게 모인 라임 노트가 늘어나면서 래퍼의 꿈은 계속 커졌고, RMW(Rhythmer Masters Workshop)이란 워크샵에 참여하며 유명 힙합 아티스트로부터 진짜 힙합 수업을 받았습니다. 혼자 독학으로 랩을 연습하던 제게 프로 래퍼의 가르침은 매 순간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제 생애 첫 앨범. 작업하는 동안 시행착오도 여러 번 있었고, 멤버들과 마찰도 있었지만 이 모든 것이 앨범의 소중함을 더해줬습니다. 저희 노래를 듣는 분들도 메이키즈의 순수한 열정을 느낄 수 있으실 거라 자신합니다.
메이키즈 앨범 중 제 솔로 곡인 '존경'은 제가 가장 큰 영향을 받고, 한국 힙합을 창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드렁큰타이거와 가리온에 대한 존경을 표현한 곡입니다. 드렁큰타이거와 가리온의 노래 제목들로 가사를 만들어 선배님들에 대한 오마주를 담아 본 곡입니다. 힙합에는 디스(disrespect)곡 뿐 아니라 어떤 대상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보여주는 곡도 있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이번 메이키즈 앨범은 시작일 뿐입니다. 여러 힙합 아티스트와 대중에게 인정받는 뮤지션이 되기 위해 열정을 쏟아 부을 것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부모님 세대도 듣고 눈물 흘릴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10~20대 위주의 힙합을 모든 세대가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음악으로 발전시킬 것입니다.
언더그라운드에도 실력 있는 많은 래퍼들이 있습니다. "제 앨범 꼭 들어주세요"란 얘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한국 힙합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조금만 더 귀 기울여 주십시오. 대중들이 힙합의 라임에 몸을 맡길 수 있는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이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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