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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면 캐스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배우와 캐릭터가 잘 어우러지면 극 몰입도가 올라갈 것이고 맞지 않으면 '미스 캐스팅'의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된다.
취재를 하다보면 캐스팅에 대한 뒷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이 캐릭터에 이 사람은 정말 아닌데' 혹은 '저 사람은 왜 나왔을까'라는 생각이 들라치면 90% 정도는 '이건 비밀인데..'라는 말을 듣게 된다.
2007년 전파를 탔던 A라는 드라마가 있다. 이 드라마는 방영 당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여기에 출연했던 배우들은 지금까지도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최고 배우 대접을 받으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좋은 원작이 있어서 더 많은 사랑을 받았을 수도 있지만 이 드라마도 캐스팅으로 인해 위기가 있었다. 이 드라마의 집필을 맡았던 이 모 작가의 말에 따르면 주연 배우 B씨의 소속사 측에서는 이 배우를 기용하는 조건으로 같은 소속사의 신인 배우를 함께 캐스팅 해주길 원했다. 하지만 그 신인이 맡을만한 배역이 없었고 작가는 고민에 빠졌다. A씨는 신인배우와 상관없이 그 드라마에 무조건 출연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소속사는 뜻을 굽힐 의향이 없어 보였다.
결국 다른 배우를 섭외하기에 이르렀고 작가는 차선으로 물망에 오르던 배우 C씨가 몹시도 마음에 안 들었다고 했다. 작가의 입을 통해 나온 다른 배우는 이 드라마에 정말 어울리지 않았다. 작가와 배우 B씨의 집념으로 신인배우를 빼고 A씨만 캐스팅 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드라마는 대박을 쳤다. 사실 배우 B씨가 이 드라마에 출연했다면 흥행은 기대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같은 경우를 일명 '끼워 팔기'라고 한다. 주연급 배우를 출연시키는 대신 신인배우를 한꺼번에 출연 시키는 것이다. '잘 팔리는 한명을 줄 테니, 다른 한명도 가져가라'는 식이다. 분명 좋은 관행은 아니지만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캐스팅에 대한 두 번째 이야기는 일단 소문을 내는 것이다. 배우들도 스타들이 있듯이 작가와 PD들도 '스타'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이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하이킥' 시리즈를 만들어낸 김병욱 PD다. '하이킥' 시리즈는 스타 양성소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침없이 하이킥'을 시작으로 '지붕뚫고 하이킥'까지 일명 '하이킥' 시리즈는 많은 스타를 만들어냈다. 근래에 방영됐던 '지붕뚫고 하이킥'을 보면 신세경을 시작으로 윤시윤, 최다니엘, 유인나 등 인기스타들을 배출했다. 특히 이전까지 단역이나 조연에 불과했던 신세경과 최다니엘을 주연급 스타로 만든 것은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 부분이다.
이러한 이유로 '하이킥' 시리즈에 캐스팅 되고 싶어 하는 배우들이 많다. 일단 연예인이라면 누구나 누리고 싶은 '인기'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현재 '하이킥 시즌3' 캐스팅이 한창이다. 최근에 만난 신인 배우 매니저는 "일단 캐스팅만 되면 좋겠다. 특별 출연을 하더라도 이슈가 되니 신인들은 물론이고 주연급 배우들도 탐내는 자리다"고 전했다.
또 한 관계자는 "인기가 보장된 작품에는 일부로 오디션을 봤다고 흘리는 경우도 있다. 그런 이야기가 기사화되면 눈길이 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것이 한 작품에 '주연 물망'에 오른 배우들이 많아지는 한 이유일 것이다.
이밖에도 캐스팅 뒤에 숨겨진 뒷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캐스팅에 관해서 제작사와 기자들은 보이지 않는 눈치작전을 펼치기도 한다. 찾아내야 하는 자와 숨겨야 하는 자 사이의 총성 없는 전쟁과도 같다.
스타 감독 혹은 연출자들의 작품에 스타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것은 단연 맛있는 기사거리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작품보다 먼저 보도가 된다면 히든카드로 여기고 있던 제작사 측에서는 기운이 빠지는 일이다. 그들은 한번에 '빵' 터트려 얻는 시너지 효과를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캐스팅의 뒷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비밀상자에 숨겨진 이야기일수록 더욱 그렇다. 지금도 드라마와 영화, 예능에서까지 캐스팅 전쟁은 진행되고 있다. '쉿 비밀이야!'를 외치며 더욱 재밌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물밑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지붕뚫고 하이킥' 포스터. 사진= MBC 제공]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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