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자신의 장점을 마음껏 드러낸 데뷔 첫 타점이었다. 두산 유망주 김재환은 13일 열린 사직 롯데전에서 2008년 데뷔 후 1군 무대 첫 타점을 기록했다. 팀이 2-0으로 앞선 3회 2사 1루에서 등장한 김재환은 롯데 선발 이재곤의 공을 밀어쳐 좌측 펜스를 직접 맞히는 2루타를 때려냈다. 그 사이 1루 주자 김동주가 홈을 밟으며 김재환의 데뷔 첫 타점이 완성됐다.
▲ 장난으로 시작한 좌타자, 고교 때부터 드러난 거포 본능
김재환은 우투좌타다. 최근 프로야구에서 우투좌타를 보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포지션이 포수라면 말이 달라진다. 스위치히터였던 최기문이 은퇴한 이후 1군 무대에서 좌타자 포수는 사실상 사라졌다.
김재환 역시 올시즌에는 많은 애착을 갖고 있는 포수 자리를 잠시 내려놨다. 두산에는 주전 양의지 뿐만 아니라 용덕한, 최승환 등 수준급 포수가 즐비했고 그의 타격 재능을 그대로 놔두기 아쉬웠던 김경문 감독은 그에게 외야수로의 포지션 전환을 권유했다.
인천고 시절부터 김재환의 타격 실력은 눈에 띄었다. 특히 장타력은 이미 초고교급 수준이었다. 나무배트로 바뀐 이후 '홈런 실종'이 일어난 고교야구 무대에서 김재환은 2006년 봉황대기에서 밀어서 동대문구장을 넘기는 괴력을 발휘했다.
좌타자로서 장타력을 드러낸 김재환이지만 좌타자로의 변신은 우연한 기회에 이뤄졌다. 김재환은 2006년 인터뷰에서 좌타자가 된 계기에 대해 "초등학교 때 장난으로 해봤는데 잘됐다. 그 이후 감독님의 권유로 하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 데뷔 첫 타점 포함 3안타 4타점 '불망망이'
'대형 포수' 자질을 알아본 두산은 그를 2008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4번)에서 지명했다. 데뷔 첫 시즌 1군 무대에 가끔 얼굴을 보이기도 했지만 '고졸 신인 포수'가 설 자리는 많지 않았다. 결국 그는 14경기 타율 .143만을 남기고 일찌감치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무행을 택했다.
지난해 상무 소속으로 2군 무대 첫 100타점을 기록하는 등 맹타를 휘두른 뒤 다시 소속팀으로 복귀한 그는 김경문 감독의 많은 기대를 받았다.
시범경기에서 자주 모습을 드러낸 그는 개막전에 5번 지명타자로 깜짝 선발 출장했다. 하지만 4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이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리고 13일 사직 롯데전. 전날 연장전에서 안타를 때려낸 김재환은 6번 지명타자로 시즌 두 번째 선발 출장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첫 번째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난 그는 3회 두 번째 타석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마음껏 드러냈다.
롯데 선발 이재곤의 공을 밀어쳐 사직구장 담장 중단을 곧바로 맞히는 2루타를 때렸다. 공을 최대한 자신의 배트 앞으로 끌어당긴 후 힘차게 밀어쳤다. 1루 주자 김동주가 홈을 밟으며 2008년 프로 데뷔 후 첫 타점을 올렸다.
첫 번째 타점이 나오자 거칠 것이 없었다. 5회 2사 1, 2루에서 등장한 세 번째 타석에서는 롯데 구원투수로 나온 김수완의 공을 잡아당겨 우중간을 가르는 1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이로써 데뷔 첫 멀티히트 경기도 완성됐다.
끝이 아니었다. 8회 2사 만루 상황에서는 임경완을 상대로 2타점 중전 적시타를 기록했다. 잘맞은 타구는 아니었지만 특유의 힘과 끝까지 팔로스로우가 이뤄지며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가 됐다.
5타수 3안타 4타점 1득점. 김재환 자신도, 김경문 감독도 오랫동안 그려왔던 김재환의 모습이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나온 첫 타점과 멀티히트. 이제는 그에게 남은 것은 '데뷔 첫' 홈런 뿐이다.
[두산 김재환.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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