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종합
[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신라호텔의 한복 고객 거부 사건이 큰 파장을 낳고 있는 가운데 신라측이 공식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비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실 신라호텔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일반 시민들이 거의 이용할 일이 없는 곳이다. 따라서 어쩌면 대부분의 시민들과는 별 상관도 없는 일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복 사건에 대해 시민들과 네티즌들이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며 화를 내는 이유가 뭘까.
첫째, 특급호텔로 상징되는 한국 최고 부유층과 권력층 '그들만의 리그'에 대한 반감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병당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와인과 명품 수입 양장으로 치장하는 그들의 소비문화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우리 사회일반에 잠재되어 있던 가운데, 한복으로 상징되는 서민 일반 문화가 그들에 의해 천대되고 배척되는 사건이 터졌다고 대중이 인식, 이에 화를 내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해당 사건의 한복을 입은 고객이 고가의 한복, 더구나 문제가 된 신라를 운영하는 삼성 일가의 한복도 만들어준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명품 한복 제작자라는 점이 아이러니 한 일이지만, 어쨌든 일반 대중은 한복으로 상징되는 '대중성'을 '그들만의 리그'가 우습게 보고 천대했다고 느낀 것이다.
둘째, 더구나 이번 사건이 다름 아닌 신라호텔에서 일어난 점이 더욱 대중을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만약 이 사건이 같은 특급 호텔이라도 신라가 아닌 외국계 등 다른 특급호텔에서 일어났어도 이렇게 파문이 커졌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신라가 한국을 대표하는 재벌인 삼성의 계열사라는 점, 게다가 3세 장녀인 이부진이 최근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승계해 운영하는 호텔이라는 점 때문에 대중이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부단한 이미지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재벌의 폐해를 지적할 때 가장 앞에 예로 들어지는 것이 현실이고, 대중의 의식 속에는 큰 불만이 여전히 잠재되어 있다고 봐도 옳다. 특히 최근 이부진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서, 재벌들의 '세습'을 비판하는 시민 감정이 이번 사건에 간접적으로 투영되었고 사태가 더 악화됐다고 보여진다.
이 사건은 작은 해프닝에 불과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순식간에 이토록 뜨거운 이슈가 된 것을 보면, 부유층과 특권층 '그들만의 리그'의 행태, 재벌 특히 '세습' 혹은 승계 재벌에 대한 일반 대중의 눈초리가 얼마나 매서운지를 보여줬다는 분석도 가능할 것이다.
나아가 한국 사회가 한걸음 도약하기 위해서 이런 잠재된 폭발성 있는 갈등을 얼마나 잘 극복하느냐가 중요한 일임을 보여준 사건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삼성 역시 일개 계열사 일선 직원의 작은 실수로 벌어진 해프닝으로 치부하고 말 일이 아니고, 일반 대중의 삼성에 대한 정서를 다시 한번 진지하게 둘러보는 계기로 삼아야 옳은 일이다.
[신라호텔 레스토랑 더 파크뷰. 사진출처 = 신라호텔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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