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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의 스타★필]
윤제문은 못됐다. 아니 못되게 생겼다. 악역 전문 배우란 닉네임에 어울리게 생긴 대로(?) 연기를 잘 한다. 얼마나 무서운 얼굴인가 하면 '마이더스'에서 같이 연기하는 김희애가 첨에 말도 못 걸었을 정도란다. 그런데 이 험상궂은 외모의 배우가 '마이더스'의 악역 종결자로 미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주연보다 더 각광받으며 씬스틸러의 면목을 제대로 선보이고 있다.
'마이더스'에서 윤제문이 맡은 역할은 재벌 2세 유성준으로 원하는 일에 돈을 앞세운 불법과 폭력은 서슴지 않은 천민자본주의의 전형적인 인물이다. 맷값 폭력으로 화제가 된 특정 인물을 떠오르게 하는 그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다가 이복동생 유인혜(김희애)의 계략에 의해 후계자 자리에서 물러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도현(장혁)에게 뒤통수를 맞아 운영중인 캐피탈 회사의 경영권을 잃을 위기에 놓여있다. 시시때때로 내뿜는 비열함과 포악함은 재벌 총수가 아닌 조폭 두목을 연상케 한다.
1970년생 올해로 42살이 된 윤제문은 동아연극상을 수상한 바 있는 실력 있는 연극배우 출신이다. 그는 군 시절 우연하게 본 '칠수와 만수'를 보고 극단 산울림에 입단하면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생활고로 잠시 연극판을 떠난 적도 있었지만 '청춘예찬'에서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수상하며 윤제문이란 이름 석 자를 공연계에 알렸다. 이후 2002년 영화 '정글쥬스'로 충무로에 입성한 그는 '귀신이 산다'(2004), '비열한 거리'(2006), '괴물'(2006), '로망스'(2006), '그놈 목소리'(2007), '대한이, 민국씨'(2008), '마더'(2009), '차우'(2009), '이웃집남자'(2010) 등에서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며 명성을 쌓는다. 송강호와는 특히 각별한 인연이다. '남극일기'(2005), '우아한 세계'(2007),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등 3편에서 호흡을 맞추며 송강호를 이을 충무로 대표 배우로 손꼽히고 있다.
윤제문의 연기는 그의 버라이어티한 경험만큼 변화무쌍하다. 악역을 주를 이루지만 매 역할마다 같은 색깔과 질감의 악함을 찾아볼 수 없다. '로망스'에서는 관객의 치를 떨게 하는 악질 형사로 나왔고, '놈놈놈'에서는 덜 떨어진 마적단 부두목 병춘으로, '차우'에서는 무섭고 거친 사냥꾼이지만 결국은 허당인 백포수 역할로 분한다. 모두 악역이지만 눈빛과 표정부터가 다 다른 윤제문표 역할들이다.
최근 주인공으로 맡은 영화 '위험한 흥분'을 촬영하며 수준급 기타를 선보였다는 윤제문. 미친 연기력으로 조연에서 주연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그가 숨겨진 장기만큼이나 앞으로 다양한 면모를 활짝 펼치기를 기대해본다.
[윤제문. 사진 = SBS 제공, 영화 '차우' '우아한 인생' 스틸]
김민성 , 서울종합예술학교 이사장 www.sa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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