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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하진 기자] 2006년 11월 3일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2차 대회가 열린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빅토리아 세이브 온푸즈 메모리얼 센터.
치아 교정기를 하고 있는 깡마른 16세 한국 소녀가 빙판 위에 선다. 주니어 월드 챔피언 우승자라는 우수한 성적을 가지고 있지만 피겨 약소국인 한국 출신 선수인데다가 대회 전체 참가자 중 첫 번째로 경기를 선보이는 이 소녀에게 사람들은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음악이 시작한다. 수줍어 보였던 소녀의 눈빛이 변했다. 첫 점프인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우 콤비네이션을 매끄럽게 소화해 좌중을 놀라게 한다. 이어진 점프의 기술과 감정 몰입 모두 16세 소녀가 표현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훌륭했다. 음악이 끝나자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대회를 중계한 캐나다 CTV의 해설자는 '김연아'라는 이름을 가진 이 소녀를 향해 이렇게 말한다. "확신하는 데 앞으로 김연아의 이름을 부르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앞으로 3년 반 남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 스무살이 되는 김연아를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다"
3년 반 뒤 20살이 된 김연아는 2010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된다. 그리고 태극기를 보면서 눈물을 쏟아내고 만다.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꿈까지 달성하게 된 김연아의 성공 스토리는 연일 화젯거리가 됐다. 비인기 종목이라는 피겨 스케이팅을 단숨에 인기 종목으로 끌어올렸고 많은 꿈나무들이 '김연아'가 되기 위해 스케이트를 신었다. 이 모든 것을 김연아가 이뤄냈다. 그런 그녀가 1년 만에 다시 얼음 위에 선다.
김연아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녀가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는지 알고 있다. 허리 디스크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점프를 수없이 뛰어야만 했으며, 차가운 빙판에 미끄러지고 넘어졌다. 비인기 종목이라 스폰서도 없었고 세계대회에서는 텃세를 받아야만 했다. 이런 모든 어려움을 극복한 그녀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김연아를 칭찬하고 동경하고 응원한다.
이제 세계 1위에 이름을 당당히 올리고 있는 김연아는 이번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 프로그램으로 쇼트프로그램은 '지젤', 프리프로그램 '오마주 투 코리아'를 가지고 돌아온다. 특히 '오마주 투 코리아'는 "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전한 바 있다. 수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이겨낸 김연아가 이제는 자신을 응원해 준 팬들과 함께하는 무대를 펼치려 하는 것이다.
김연아도, 팬들도 1년 여의 기다림이 있었다. 이제는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는 팬들과 함께 공감하고 즐기는 무대를 선보일 때다. 팬들 역시 김연아의 연기에 함께 공감하고 감동할 차례다. '피겨 여왕'의 귀환은 이제 곧 시작된다.
[김연아. 사진 = gettyimagekorea/멀티비츠]
김하진 기자 hajin0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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