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함태수 기자] 올해 나이 33세, 삼성의 우완 정현욱은 여전히 150km의 빠른 공을 던진다. 올 시즌 홈런 3개를 허용하며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정현욱의 부진을 길게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현욱'이라는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켜준 것은 지난 2009년 WBC 아시아예선 순위결정전. 당시 그는 선발 봉준근에 이어 6회 1사 후부터 등판했다. 1-0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순간, 정현욱은 나카지마, 무라타, 오가사와라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한국의 승리를 지켰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오가사와라(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승부였다. 오가사와라는 일본을 대표하는 타자로, 한 때 이승엽과 요미우리의 클린업 트리오를 구성해 국내팬에게도 친숙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정현욱의 빠른 직구에 전혀 타이밍을 잡히 못했고 공 끝이 살아있는 묵직한 공에 오가사와라의 배트는 연신 허공을 갈랐다. 결과는 삼구 삼진, 그것도 세 번 연속 헛스윙이었다.
이 후 정현욱은 삼성의 필승계투조로 굳건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삼성은 5회까지 리드한 경기에서 무려 53연승을 기록했는데, 권오준-권혁-안지만 그리고 '무쇠팔' 정현욱이 이끄는 불펜은 실로 막강했다.
올해는 시즌 초반 잇따라 홈런을 허용하며(KIA 이범호-SK 정상호-LG 박용택) 팀 승리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 시즌 성적은 11차례 등판해 13피안타 6실점(5자책) 3패 3홀드 평균자책점은 3.97이다. 제구가 높게 형성되며 모두 큰 것으로 연결되는 모습. 이범호, 박용택에게 던진 패스트볼과 정상호에게 던진 포크볼 모두 높았다. 구위 자체에는 지난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 정현욱에게 프랑코를 보다.
삼성에서 가장 성공을 거둔 타자로 꼽히는 선수는 훌리오 프랑코다. 지난 2000년 입단한 그는 공식 생년월일이 1958년 8월 23일 이지만 철저한 몸관리로 많은 선수들의 귀감이 됐다. 2000년 삼성에서 거둔 성적은 132경기에 출장, 타율 .327, 22홈런, 110타점 도루 12개, 뛰어난 성적이었다.
당시 코치를 역임하고 있었던 류중일 감독은 "프랑코는 경기 전후에 꼭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른 선수들은 그냥 숙소로 들어가는 반면, 그는 그렇지 않았다"며 "하루는 '왜 그렇게 힘들게 웨이트를 하느냐'고 물었는데, '웨이트로 근육을 어느 정도 풀어줘야 다음 날 피곤하지 않다'고 하더라"고 프랑코를 기억했다. 이어 류 감독은 "프랑코를 보고 어린 선수들이 많이 배웠다. 시키지 않고도 스스로 노력하는 것을 선수들이 따라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정현욱 꼭 프랑코 같은 선수다. 그는 경기 전 늘 경북 경산시 삼성 라이온즈 경산 볼파크에서 2시간 씩 운동을 하며, 팀훈련에 앞서 스스로 몸을 풀고 어깨를 만든다. 또 담배와 술을 멀리하는 그는 쉬는 날이 되면 꼭 서점을 들러 책을 산다. 운동선수로서 배우는 것에 게을리하면 안된다는 게 그의 철칙이다.
최근 류 감독과 정현욱은 농을 주고 받았다. 취재진이 류 감독에게 '감독 생활 오랫동안 해야 한다'고 하자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정현욱을 바라본 것이다.
류중일 : "현욱아, 올해 나이 몇이고?"
정현욱 : "34(한국 나이)입니다"
류중일 : "앞으로 10년 더 할 수 있제?"
정현욱 : "하하. 옙"
류중일 : "그럼, 나도 딱 현욱이 은퇴할 때까지 감독 할란다."
[정현욱(위)-훌리오 프랑코. 사진 = 마이데일리 DB, 삼성라이온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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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태수 기자 ht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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