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단비야, 너 농구할래?"
"네? 제가요? 에이, 안 해요"
유난히 또래들보다 키가 커서 시작하게 된 농구. 내가 농구에 첫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운동부 감독 선생님의 스카우트 제의 때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안 한다고 했죠. 그런데 제 키를 아깝게 여기신 부모님과 친척들이 다 하라고 해서 나도 모르게 떠밀려서 하게 됐네요.
내가 원해서 한 시작이 아니라 처음에는 재미를 잘 몰랐는데 중학교 2학년 무렵부터 '농구가 재밌구나'라는 것을 느꼈어요. 운동의 진정한 재미를 알게 된 때는 중학교 3학년 때 절정에 올랐던 것 같아요.
그러나 위기도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제 나름대로의 밝힐 수 없는 사정과 부상으로 그때는 참 힘든 시기였습니다. 이 시기를 넘겨 2007년에는 안산 신한은행 에스버드에 프로 데뷔를 했습니다. 그런데 왠걸 프로에 오니 더 힘들더라구요. 운동하면서 관두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마음속으로 백 번은 관두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제일 힘들었던 것은 합숙이었어요. 생일도 빠른 편이라 프로 입단을 18세에 하게 된 저는 향수병인지 뭔지는 몰라도 많이 울었습니다. 엄마에게도 많이 울면서 전화하기도 했고 4살 터울의 오빠에게도 하소연을 많이 했습니다. 가족들은 처음에는 놀라면서 받아주더니 '또 시작이냐''이번에는 또 뭐냐'라며 쿨하게 받아줘서 어쩔 수 없이 저도 함께 쿨하게 익숙해진 것 같네요.
이랬던 저, 김단비가 2010-11시즌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의 통합 우승 5연패의 영광을 누리게 됐습니다. 그날 임달식 감독님이 우시는 것을 처음 봤죠. 매일 저를 그렇게 울리시던 감독님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구경(?)하게 됐습니다. 감독님에게는 너무 감사한 게 많아요. 제 장기를 더 잘하게끔 만들어 주셨고 어린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키우겠다 생각하면서 믿어주고 게임에도 기용해주고 그런 면에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임달식 감독님이 제 성격이 긍정적이라 칭찬하셨는데 저도 사실은 혼자 쌓아놓고 그럴 때도 있어요. 하지만 혼났을 때 기죽고 그러는 것 보다는 내가 해야할 일은 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한 것을 감독님이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게다가 MVP 후보에 강영숙 언니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했습니다. 작년까지만해도 '나는 언제쯤 MVP 같은 걸 탈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진심으로 후보에 오른 것 만으로도 큰 영광이고 큰 경험이었습니다. 솔직히 다른 상이었다면 더 욕심을 내보겠는데 MVP는 영숙 언니가 받아야 된다고 생각했고, 영숙 언니가 이번 시즌 얼마나 힘들게 치렀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올시즌 이 같은 급성장을 하게 된 것은 세계선수권대회가 계기가 됐습니다. 처음으로 태극기를 달고 첫 게임에서 결과도 좋게 나왔는데 그것이 저에게는 큰 자신감으로 왔던 것 같습니다. 그 전까지만해도 혼자 (정)선민 언니를 동경하면서 나는 언제쯤 팀의 주축 언니들처럼 될까 생각만 해왔었거든요.
다음 시즌 목표는 '지난 시즌보다 더 나아진 것 같은데?'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노력하는 것입니다. 모든 면에서 평균을 단 1점이라도, 단 하나라도 높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특히 경기에 임할 때 공격할 때나 내가 최고의 드라이브 수비를 해줘야할 것 같아요. 지난 시즌에는 슛이 부정확했는데 감독님께서도 마음놓고 쏘라는 스타일이고 내가 못 넣어도 다른 언니들이 잡아서 넣어주니까 마음 놓고 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수비 모션도 쓰고 다른 사람 살려줄 줄 아는 플레이를 많이 연습 해야겠어요.
또한 여자 농구의 인기도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남자 농구 같은 경우에는 워낙 화려한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그에 비하면 아기자기하게 보이는 여자 농구가 관심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한번 여자 농구 보신 분들은 '여자 농구도 재밌구나' 라고 다들 느낍니다. 한번이라도 다들 보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우리가 게임을 잘하도록 해야겠지만요.
지금은 시즌이 끝나고 꿀맛 같은 휴식을 보내고 있는 저는 다음 시즌에 대한 꿈을 키워나갑니다. 다음 시즌은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팀의 목표는 '우승'을 잡고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저 또한 여자농구 하면 '김단비'가 바로 떠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자 농구 많이 관심가져주세요!
[사진 = WKBL 제공, 마이데일리DB]
김하진 기자 hajin0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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