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6이닝 8피안타 3볼넷 4실점.
겉으로 드러난 성적은 분명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LG 사이드암 박현준은 26일 사직 롯데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4실점하며 승수 추가에 실패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 속에서 희망도 엿볼 수 있었다. 삼진도 9개나 솎아 냈으며 4실점 중 자책은 2점 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주변 상황이 도와주지 않는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 "힘에 의존하던 지난해와는 다르다"
박현준은 2009년 SK 입단 당시 김성근 감독의 많은 기대를 받았다. "3년 안에 국가대표가 될 것"이라는 말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SK에서는 꽃을 피우지 못한 채 지난 시즌 중반 LG로 트레이드됐다.
그리고 2011년. 김 감독이 말한 3년째 되는 해 시즌 초반 박현준은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26일 경기 이전까지 3승 1패 평균자책점 3.28을 기록 중이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우승과 바꾼 것"이라고 입맛을 다시면서도 "경기에 계속 나가니까 잘하는 것 같다"며 "LG에 가서 투구폼도 더 부드러워진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소속팀 박종훈 감독도 박현준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마찬가지. 박 감독은 "빠른 볼만 던지면서 힘에 의존했던 지난해와는 확실히 다르다"며 "강약조절도 되고 제구력도 좋아졌다. 지금의 활약이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 악조건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다
26일 롯데와의 경기 역시 초반에는 분위기가 좋았다. 팀 타선은 경기 초반 4점을 뽑았으며 박현준도 3회까지 롯데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문제는 4회부터. 박현준은 1사 1, 2루 위기에서 투수 앞 병살타를 유도했다. 별다른 이변이 없는한 이닝이 종료되는 상황. 하지만 유격수 박경수에 이어 1루수 이택근의 포구 실책이 겹쳤고 결국 주지 않아도 될 2점을 내줬다.
5회에도 불운은 이어졌다. 2아웃을 잡은 뒤 이대호까지 삼진 처리했지만 스트라이크 낫아웃이 되며 이닝을 마치지 못했다. 이어 1, 2루 상황에서 조인성의 패스트볼까지 나왔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이후 박현준은 김문호에게 적시타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이어지는 만루 위기는 막아냈다.
결국 박현준은 7회 선두타자를 내보낸 뒤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후속투수가 이 주자까지 들여보내며 실점은 4점까지 늘어났다.
비록 4점이나 내주기는 했지만 여러가지 악조건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이 박현준 자신에게나 LG에게나 의미있는 일이었다. 박 감독이 말한 기술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향상됐음을 느낄 수 있다.
▲ 문병권 이후 21년 만의 LG 잠수함 10승 투수로 거듭날까
최근 프로야구에서 잠수함 선발투수를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박현준과 함께 이재곤(롯데)정도만이 선발투수로 꾸준히 나서고 있다.
잠수함 선발투수의 숫자가 적은 만큼 잠수함 10승 투수를 보는 것은 더욱 어렵다. 잠수함 투수들이 주로 맡고 있는 중간계투는 승수 추가가 쉽지 않기 때문. 잠수함 선발투수가 두자리수 승리를 거둔 것은 2005년 신승현(SK·12승)이 마지막이다.
LG만으로 한정하면 시간을 더 거꾸로 돌려야 한다. MBC 청룡에서 LG로 새롭게 거듭난 1990년 이래 LG 유니폼을 입고 한 시즌에 10승 이상을 거둔 경험이 있는 투수는 21명. 우완 정통파가 15명, 좌완 투수가 5명이다. 잠수함 투수는 딱 1명 뿐이다.
1990년 문병권이 주인공. 연세대를 졸업하고 1988년 MBC에 입단한 문병권은 3년차이던 1990년 10승 5패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하며 소속팀 첫 번째 우승에 일조했다. 27차례 등판 중 22경기가 선발 등판이었으며 10승 모두 선발로 나서 거뒀다.
이후 LG에는 잠수함 투수로서 10승을 거둔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21년이 훌쩍 지난 2011년, 박현준이 LG 역사상 두 번째 잠수함 10승에 도전하고 있다.
비록 26일 경기에서는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오히려 그 속에서 10승 가능성을 봤다. 기존의 힘은 여전했으며 정신적인면도 성숙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박현준의 2011시즌 최종 승수는 몇 승으로 마무리 될까.
[사진=LG 박현준]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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