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지난 해 류현진의 성적은 16승 4패 평균자책점 1.82였다. 아마 2010년의 류현진과 같은 시즌을 보내는 선수는 앞으로 찾기 힘들 것이다.
그가 20승을 거둔 것도 아니고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것도 아닌데도 역사에 남을 시즌을 보낸 투수로 기억해야 하는 것은 그의 팀이 최하위였기 때문이다. 별다른 이견 없이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역시 류현진의 몫이 됐다. 이는 역대 최초로 최하위팀에서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사례로 남게 됐다.
그러나 올해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아니, 올 것이 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류현진은 26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해 8이닝 동안 2점만 내주고 삼진 10개를 잡아냈다. 퀄리티스타트의 기준인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훨씬 뛰어 넘는 에이스다운 투구였다. 그러나 결과는 패전이었다. 류현진은 2점 밖에 주지 않았지만 한화 타자들이 단 1점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류현진이 시즌 개막과 함께 부진했다고 하나 다시 페이스를 찾는 시점에서 완투패를 입은 것은 류현진이나 한화 모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비록 팀 전력이 최하위로 처졌더라도 에이스가 연패를 끊어 주거나 상승세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기회마저 놓친다면 절망적인 시즌을 보내는 건 당연지사이기 때문이다. 류현진 입장에서도 자신이 이기려면 1점도 주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을 갖게 된다면 더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난 해에는 류현진이 선발 등판하는 날엔 한화 선수들이 평소보다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했다. 물론 연속 경기 퀄리티스타트라는 대기록이 걸려 있기도 했지만 류현진의 승리는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기도 했다. 한화 선수들도 입을 모아 "류현진이 나올 땐 더 잘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필요할 때 점수를 뽑아내거나 예상 외의 호수비로 류현진의 호투를 도왔다. 그리고 기적적으로 이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됐다. 이대호가 9경기 연속 홈런 등 홈런쇼를 벌이기 전까지만 해도 시즌 MVP 후보는 단연 류현진이었다.
지난 해 류현진이 16승을 거둔 것도 대단하지만 4패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그의 위대한 시즌을 증명한다. 그러나 올해는 벌써 4패(1승)째를 당했다. 약팀 에이스의 고난이 이제 찾아온 것일까. 야구는 혼자하는 것이 아님을 류현진과 한화를 통해서 또 한번 확인시키고 있다.
[사진 = 류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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