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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노동조합이 예능국PD들의 잇따르는 종합편성채널 이적과 관련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었다.
MBC 노조는 26일 "정작 떠나야 할 자들은 무능력한 경영진이다"란 제목의 성명을 내고 "김재철 사장이 MBC 사장으로 온 지 1년 2개월이다"라며 "MBC가 단 1년 만에 완전히 망가졌다. 시청자들은 MBC를 보면 배신감을 토로하고 MBC 내부에서는 일할 맛이 안 난다는 볼 멘 소리들이 모든 부문에서 넘쳐나고 있다. 김재철 1기 보도 부문 기자들의 목소리가 사라졌다면 김재철 2기 제작 부문 PD들의 자율성이 사라지고 있다. 최근 예능국 PD들의 연쇄 이직 사태는 단적인 예이다"라고 했다.
MBC는 최근 여운혁CP를 비롯해 임정아PD 등 주요 PD들이 종편으로 향하고 있다. 또 '무한도전'의 김태호PD도 종편 이적설이 불거지는 등 내부에서 종편과 관련한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어 "6개월 전, 종편 출범 소식을 들은 예능 PD들의 반응은 '누가 MBC를 그만 두고 종편으로 갈 수 있겠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수준이었다. 채널이 한꺼번에 4개나 만들어져 아비규환의 지옥을 거친 뒤 5년 뒤 살아남는 종편은 기껏 한 두 개라는데, MBC PD들에게 미래가 불확실한 종편으로 갈 이유는 없어보였다"며 "조직이 커 상대적으로 승진 기회가 적은 KBS나 조중동과 색깔이 비슷해 이직에 부담이 적은 SBS에서 이탈자가 나오리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회사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MBC 예능에서 조중동 방송으로 갈 사람은 없다는 낙관적인 결론이었다"고 말했다.
노조는 "하지만 현재 상황은 예측과 정 반대다. SBS에서는 옮기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데, MBC 예능국에서는 에이스급 PD들이 이미 셋이나 빠져나갔다"며 "지난 6개월 간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SBS는 사전에 분명한 대책을 세웠다. 종편으로 이직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미리 파악하고 사전 대책을 마련했다. MBC는 어떤가? 잘못된 예측에 근거해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설마' 하며 손을 놓은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조는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김재철 사장이 들어선 뒤 제작 일선에서는 PD들의 고유한 자율성을 빼앗겼다고 아우성이다. MBC의 경쟁력, 그 힘은 PD들의 자율성에 기반한 창의력인데, 김 사장 취임 이후 상명하달만이 난무하고 있다"며 "MBC 내부에서 자신들의 역량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열심히 일한 그대, 이제 떠나라'는 비아냥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이대로 가면 불과 5년 뒤 MBC의 전망이 불투명한 것이다. 어차피 5년 뒤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것은 종편이나 MBC나 마찬가지라면, 당장 목돈을 안겨주는 종편으로 옮기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 있겠나"고 말했다.
노조는 MBC의 불투명한 미래를 지적하며 "회사는 예전에도 PD들은 나갔고, 그때마다 공백은 메워졌다고 말한다. 정세파악을 못해도 한참 못하고 있다. 그때는 다들 프리랜서로 나갔다. 그리고 조직의 보호막 없이 허허벌판에서 외롭게 버티다 쓰러진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다르다"라며 "종편이 설정한 공중파와의 최전선은 예능이다. 우리네 전력 손실과 상대방 전력 보강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 종편과 치열하게 싸워야 할 MBC예능국의 최고 자원들이 나가서 MBC를 향한 칼날을 벼릴 것이다. 이건 시작일 뿐이다. 지금처럼 회사에서 제작 현업을 우롱한다면 조만간 우리는 종편에서 제2의 MBC 예능국이 출범하는 걸 지켜봐야 할 판이다"라고 했다.
노조는 끝으로 "MBC의 재산은 사람이다. 지난 1년 간 회사가 PD들에게 한 일을 보라. 일 잘하는 사람 쫓아내고, 열심히 해보려는 사람 잘라냈다. 종편과의 전쟁을 앞두고 이게 콘텐츠 제작 회사가 할 짓인가. PD를 망가뜨리고 PD 집단을 우롱하는 경영진은 당장 MBC를 떠나라. MBC가 지켜야 하고, MBC를 지켜야 할 사람들은 지금 당신들이 쫓아내고 있는 바로 그들이다"라고 했다.
[사진 = 임정아PD(왼쪽)-김태호PD]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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