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함태수 기자] 이쯤되면 '박석민 플레이'라고 명명해도 되겠다. 박석민이 올 시즌도 변함없는 몸짓으로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박석민은 야구 프로그램의 단골 출연자다. 류중일 감독이 "쟤(박석민) 없으면 야구 프로그램이 안 될거야. 꼭 석민이가 있어야 돼"라고 말할 정도다. 그래도 류 감독은 박석민이 밉지 않은 눈치다. "카메라 한 대로 석민이만 비춘다면 아주 재밌을거야"라고 핀잔을 주면서도 "그래도 예뻐. 우리 팀의 3번 타자잖아"라는 게 류 감독이다.
평소 박석민은 평범한 파울 플라이를 살짝 뒤로 점프하며 아찔하게 잡는다. 또 헛스윙 삼진 당할 땐 마치 한 마리의 학처럼 우아하게 한 바퀴를 돈다. 가끔은 수비 훈련 중 투수처럼 와인드업을 하고 1루로 송구하는데, 류 감독에게 포착돼 혼이 나기도 한다. 그래도 굳이 'MISS & NICE'로 분류하면 'NICE'에 해당되는 플레이다.
한 번은 헛스윙 후 한바퀴 돌다가 자신의 타구에 발목을 맞고 끙끙 거렸다. 29일 한화전 때 일이다. 박석민은 9회말 한화 마무리 오넬리를 상대했다. 팀이 4-7로 뒤진 상황, 그의 출루가 반드시 필요했다. 이 때 박석민은 오넬리의 6구째 공을 힘차게 휘둘렀다. 온 힘을 다해 배트를 돌리며 늘 그렇듯 한 반퀴를 돌았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공은 배트 밑부분 맞고 자신의 보호대를 강타,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끙끙 거리며 다시 타격 자세를 갖춘 박석민. 결과는 삼진이었다. 그러나 팬들은 다시 한 번 '박석민 플레이'를 봤으니 그리 기분 나쁘지만은 않았다.
현재 박석민은 100%의 몸상태가 아니다. 아니 어찌보면 야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몸상태 라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박석민은 지난해 11월 왼손 중지 인대 재건 수술과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고질적인 왼손 중지 통증을 앓았던 그는 오른팔 위주로 스윙을 하다 팔꿈치에 까지 무리가 왔다. 그러나 이런 악재 속에서도 박석민은 15홈런 64타점 타율 .303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시즌을 앞두고는 전지훈련 기간 동안 왼손 중지에 부상이 재발해 시범경기 막판에야 타선에 합류했다. 그러나 현재 삼성의 3번은 박석민이다. 류 감독은 3번 가코가 제 몫을 못하자 박석민을 이 자리에 중용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 박석민은 올 시즌 84타수 26안타 타율 .310을 마크하고 있다. 타점은 18점으로 팀내 1위, 홈런은 2개로 최형우에 이어 2위다. 중요한 것은 역시 수비인데, 현재까지 '박석민 플레이'는 있지만 실책은 단 한 차례도 없다.
경기 전 박석민은 항상 중지에 테이핑을 한다. 불편하지 않냐고 물으면 '괜찮다'는 게 그의 말이다. 티배팅을 위해 준비하는 그를 유심히 쳐다봤다. 그런데 배팅 장갑을 끼더니 다시 한 번 테이핑을 하고 있다. 가만히 지켜보니, 왼손 중지와 약지를 붙여 그 위를 테이프로 감고 있다. "그 상태로 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쳐 왔다"고 한다. 결국 그는 멀쩡한 오른쪽 다섯 손가락과 멀쩡하지 않은 왼쪽 네 손가락으로 배팅을 쳐 왔던 것이다.
김성래 타격 코치와 티배팅을 할 때도 남다르다. 김 코치가 공을 토스해줄 때마다 '으챠, 으챠'하면서 공을 때린다. 중지가 멀쩡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타구에 정확한 임팩트가 가해진다. 팔목 힘이 워낙 좋은 탓이다. 티배팅이 끝나면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시원스런 인사를 잊지 않는 박석민. 삼성의 분위기 메이커 답다.
티배팅을 마치고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박석민에게 올 시즌 목표를 물었다. 3번 타자로서 홈런 개수도 궁금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 뻔했다. 대부분의 야구 선수들이 그렇듯 그는 "목표요, 팀 우승이죠"라고 호탕하게 웃는다. 그러더니 이내 배팅 장갑에 감겨 있던 테이핑을 풀기 시작한다. "왜 다시 푸느냐"고 했더니 "수비 연습 해야죠"라고 한다. 맞다. 그는 삼성의 3루수 이기도 했다. 글러브를 끼기 위해서는 다시 테이핑을 풀고 불편한 중지로 공을 잡아야 하는 박석민. 테이핑을 감았다 풀었다, 어찌 보면 야구장에서 제일 바쁜 사나이다.
[박석민. 사진 = 마이데일리 DB]
함태수 기자 ht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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