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함태수 기자] KIA의 외국인 투수 트레비스 블랙클리(29)와 추신수(29)는 남다른 인연이 있다. 지난 2000년 캐나다에서 열린 '19회 세계 청소년 야구선수권 대회'에서 두 선수는 각각 호주 대표팀과 한국 대표팀으로 출전했다. 또 트레비스와 추신수는 그 대회에서의 뛰어난 활약으로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을 체결한 공통점도 있다.
청소년 대표팀 시절 트레비스는 호주에서 영웅으로 칭송받았다. 때는 지난 2000년 8월 7일. 트레비스는 호주의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상대는 아마 야구의 최강 쿠바. 하지만 트레비스는 막강한 쿠바 타선을 상대로 7이닝 5피안타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 승리 투수가 됐다. 경기 후 호주 언론은 그를 '영웅'이라고 불렀다.
추신수의 활약도 이에 못지 않았다. 추신수는 부산고 2학년 시절이던 1999년, 이미 청소년 대표팀으로 뽑혀 국제 무대에 진출했다. 당시 추신수와 함께 '18회 세계 청소년 야구선수권 대회'에 출전한 장준관(당시 대구상고 3학년)은 "2학년인 추신수가 3학년 형들 사이에서 유독 뛰어난 방망이 실력을 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추신수는 투수가 아닌 타자로 출전을 했는데 타격 솜씨가 대표팀 가운데서도 유독 눈에 띄었다"고 회상했다.
트레비스를 만났던 2000년 대회는 사실상 추신수의 독무대였다. 그는 한국의 우승에 기여하며 최우수선수상과 최우수 좌완투수상을 한꺼번에 거머쥐었다. 이후 시애틀 매리너스 스카우트였던 짐 콜번은 계약금 137만달러(당시 약 13억원)에 추신수와 전격 계약을 체결했다.
그렇다면 트레비스가 기억하고 있던 추신수는 어떤 모습일까.
트레비스는 한 마디로 추신수의 실력을 "믿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나와 추신수는 모두 투수로 활약했는데, 대회가 끝난 후 둘 모두 시애틀 매리너스와 사인을 했다"며 "추신수는 정말 좋은 투수였다. 18살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실력이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아쉽게도 두 투수간의 맞대결은 펼쳐지지 않았다. 2000년 대회에서 한국은 준결승에서 호주와 만났는데, 당시 한국의 선발 투수 이정호(대구상고)가 완투승을 거뒀다.
투수 추신수는 고교 시절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직구를 보유하고 있었다. 부산고 2학년 때인 1999년 대통령배 고교야구 결승전에서 그는 9이닝 동안 삼진을 무려 16개나 잡아내며 대회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2000년 대통령배 우승 역시 부산고. 추신수는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 당시 추신수와 맞대결을 펼친 박용진(신일고 완투패, 추신수 완투승)은 "공이 안보였다. 배트 한 번 휘두르지 못하고 삼구 삼진을 당했다"고 말했다.
트레비스라고 추신수의 가치를 모를리 없었다. 트레비스는 마이너리그 유망주시절 빠른 강속구와 안정적인 변화구 구사능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2004년에는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추신수(5위) 보다 높은 순위인 3위를 기록하기도 했는데, 그런 그에게 추신수는 '정말 대단한 좌완 투수'로 기억되고 있었다.
△ "타자 추신수, 대단하다"
둘의 인연은 2005년까지 계속 됐다. 추신수는 이치로와의 포지션 중복으로 메이저리그 출전의 기회가 줄어들며 2006년 7월 클리블랜드로 전격 이적했다. 트레비스 역시 유망주로 팀내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2005년 어깨 회전근 수술을 받은 이후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수술 후유증으로 직구 스피드가 많이 떨어진 트레비스는 2007년 4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트레이드 됐다.
5년간 시애틀에서 추신수와 함께 생활한 트레비스. 그는 "타자로서 매년 발전하는 모습이 보였다. 모든 방향으로 타구를 날릴 줄 아는 선수"라며 "특히 발이 빠르다"고 말했다. 이는 2005년 시즌 후 시애틀이 발표한 '유망주 탑 10'의 기록과 일치했다. 당시 기록을 보면 유망주 2위에 랭크된 추신수는 최대한 타격점을 뒤쪽에 놓고 있으며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외야 모든 곳에 날릴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돼 있다.
역시 트레비스도 인정하는 것은 추신수의 송구 능력이었다. 추신수는 지난해 14개의 보살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외야수 가운데 전체 1위에 올랐다. 지난달 25일에는 올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처음으로 한 이닝에 두 차례나 정확한 홈 송구로 실점을 막아내는 특출난 능력을 뽐내기도 했다.
트레비스는 "현재 메이저리그 우익수 가운데 추신수의 송구가 가장 좋지 않을까 싶다. 특히 추신수의 송구는 빠른 것이 매력"이라며 "포수 미트에 정확히 들어오는 것은 물론 노바운드인 경우도 많다. 엄청나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이어 "가끔 보면 3루 주자가 10걸음 정도 내딛었을 때 이미 포수 미트에 공이 들어와 있더라"며 "분명한 것은 추신수가 현재 우익수 중 최고 가운데 한 명이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트레비스(왼쪽)-추신수. 사진 = 마이데일리 DB, gettyimagesskorea/멀티비츠]
함태수 기자 ht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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