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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남안우 기자] 그야말로 걸그룹 홍수다. 한 달이 멀다하고 새로운 걸그룹들이 가요계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아무리 걸그룹이 대세라고 하지만 너무 많은 걸그룹들의 출현에 가요계 일각에서는 과포화 상태라는 지적도 있다.
걸그룹의 태동은 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핑클을 비롯해 SES, 베이비복스, 샤크라 등 여러 걸그룹들이 가요계에 등장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인기 시너지 효과를 냈다.
국내 인기를 발판으로 이들 걸그룹들은 해외로 진출, 한류 열풍의 시초가 됐다. 중국으로 진출했던 베이비복스의 현지화 전략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을 정도. 이들 1세대 걸그룹들이 국내 및 해외 걸그룹 시장의 바닥을 다졌다면 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 등 2000년대 이후 탄생된 2세대 걸그룹들은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크게 높여 놨다.
현재 일본에서 불고 있는 ‘신 한류’의 주역이 바로 2세대 걸그룹들이다. 이들은 흐트러짐 없는 안무와 절제된 동작, 해외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댄스, 일렉트로닉 장르의 음악을 들고 나와 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이는 보다 체계적이고 구체화된 현지화 전략이 한 몫 했다는 평가다.
특히 날씬한 몸매와 인기 팝 아티스트 못지않은 패션 감각은 노래하는 가수가 아닌 문화적인 메신저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문화적 파급 효과 면에서 본다면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한류를 단순히 ‘이모, 엄마’들만의 문화라고 평가 절하했던 일본 내 시각에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 일본의 국영방송 NHK가 9시 메인뉴스 시간대 헤드라인 뉴스로 소녀시대, 카라 열풍을 보도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겉모습에 치중한 외모 지상주의를 불러 왔다는 우려 섞인 시각도 있다.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음악을 하다 보니 중요한 음악의 질은 퇴보됐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강태규 대중문화 평론가는 “걸그룹 열풍이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비주얼적인 측면만 강조한다면 그 지속성은 곧 한계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걸그룹들의 탄생은 계속되고 있다. 5월에 접어든 현재 올해 탄생된 걸그룹만 10여 팀이나 된다. 달샤벳을 비롯해 에이핑크, 라니아, 브레이브걸스, 치치, 코인잭슨 등 섹시와 귀여움, 상큼함을 주무기로 각자 차별화 된 콘셉트를 들고 무대 위에 오르고 있다.
어느덧 무대는 걸그룹 경연장이 됐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음악적인 발전을 꾀한다면 이는 자연스럽게 국내 음악의 질적 상승을 가져다줄 수 있다. 반대로 그렇지 못하다면 바닷가의 모래성처럼 애써 공들여 쌓은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
“해외 시장을 본다면 걸그룹은 분명 기회일 수 있지만 과포화 된 상태에서 제 살 깍아먹기식의 경쟁이 가속화 된다면 위기일 수 있다”는 한 가요 관계자의 진단을 다 같이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일본 내 '신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소녀시대(위)와 카라. 사진 = SM, DSP 제공]
남안우 기자 na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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