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다큐 사랑' 앞에 부끄럽지 않을까?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SBS 다큐멘터리 '짝'과 MBC '휴먼다큐멘터리 사랑'(이하 '휴먼다큐 사랑')은 넓은 의미로 봤을 때 모두 사랑이란 공통된 주제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둘의 차이는 극명하다.

'짝'은 서로의 신상을 알지 못하는 남녀 10여 명이 '애정촌'에 모여 일정 기간 동안 서로의 짝을 찾는 과정을 그렸다. 처음 모였을 때는 이름, 나이, 직업 등 서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상태지만 이내 모든 신상이 공개된 뒤 이성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다.

하지만 결과는 너무 뻔하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결국 예쁜 외모의 여성과 능력 있는 남성이 다수의 선택을 받게 되는 것이다. 나머지 참가자는 '애정촌' 안에서 자신의 수준에 맞춰 어느 정도 현실과 타협한 짝을 구하거나, 인기 많은 이성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끝내 낙오된 채 쓸쓸히 돌아간다.

SBS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짝'의 기획의도는 다음과 같다. "지구상의 생명체는 종족보존의 본능이 있다. 짝이 필요하고 음양의 이치에 따라 만물은 움직인다. 인간도 예외는 아니며 인간본성을 고려해 보면 짝의 문제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화두다. 평생의 반려자로 누구를 만나는가에 따라 인생은 다양하게 변주되고 전개된다. 인간의 행복지수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결국 배우자와의 관계이다. 내 운명을 결정하는 당신의 짝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장황해 보이지만 결국 "내 인생은 배우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을 하고 있을 뿐이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의 능력으로 개척하지 말고, 배우자 하나 잘 만나서 인생 역전 하라고 부추기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짝'이 이상적인 배우자의 모습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다. 방송을 보고 있으면 외모, 재력, 학력 등이 뛰어나야 좋은 배우자감이고 진짜 사랑인 것으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짝'과 마찬가지로 사랑을 다루고 있는 '휴먼다큐 사랑'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휴먼다큐 사랑'에서 소개되는 사람들에겐 외모나 돈이 사랑의 조건이 아니다. 이 사람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을 실천하는 중이다.

올해로 여섯 번째 시즌을 맞이한 '휴먼다큐 사랑'의 '어서와 복실아' 편은 만성골수성백혈병에 걸린 지은씨와 그녀의 남편 재오씨의 사랑을 그렸다. 지은씨는 힘겨운 투병 중, 남편 재오씨를 만나 결혼, 임신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남들은 축복 받는 임신 소식이 지은씨에겐 반갑지만은 않다. 지은씨가 임신 중에 독한 약을 계속 복용할 경우 기형아를 낳을 확률은 일반인보다 100배 높아지고, 약을 끊자니 그녀의 상태는 끝을 모르고 악화된다.

하지만 '어서와 복실이'를 연출한 김인수 PD는 슬플 것만 같은 이들 부부에게서 진실한 사랑을 느꼈다고 한다. 김 PD는 "이 부부를 처음 만났을 때 백혈병 걸린 아내와 결혼한 남편이 바보 같았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며 "남편 재오씨에게 '왜 결혼했냐'고 물었더니 뭐라고 대답하긴 했지만 기억도 안 날 정도의 말을 했다. 솔직히 대답이 어쭙잖아서 다시 한 번 '왜 결혼했냐'고 물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재오씨가 아무 대답도 못하더라. 그 순간 이 사람이 정말 바보 같았고, '이게 정말 사랑이구나' 했다. 사랑은 말로 꼭 표현할 수 없는 것이더라"고 털어놨다.

'짝'에서 그린 본능에 충실한 사랑은 사실 현실의 삶과 더 닮아 있을지 모른다. 따라서 '휴먼다큐 사랑'의 이야기들이 더 소중하고 애틋하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짝'에서 보여준 사랑은 결코 '휴먼다큐 사랑'이 전한 사랑의 가치를 따라갈 수도 없고, 이해하지도 못한다는 점이다.

[SBS '짝'(위)과 MBC '휴먼다큐멘터리 사랑'. 사진 = SBS-MBC]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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