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던가. 오랜 격언이지만 SK 야구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선수 공백이 생겨도 그 자리를 다른 선수가 훌륭하게 메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선수가 빠진다면 말이 달라질 수 있다. 박정권이 주인공이다.
SK는 5일 현재 18승 6패로 2위 두산을 3.5경기차로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돋보이지는 않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100% 이상하고 있는 박정권이 있다.
5일 현재 박정권의 성적은 타율 .290 5홈런 18타점 18득점 1도루. 홈런 공동 2위, 타점 공동 7위, 득점 공동 2위까지 많은 부문에서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활약이지만 SK 경기에서 박정권이 가장 돋보였던 적은 별로 없다.
홈런을 2경기 연속 몰아치거나 한 경기에 2개를 때려낸 적이 한 번도 없으며 24경기 중 2타점 경기가 4차례, 3타점 경기가 1차례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2경기 이상 무안타로 침묵한 적도 단 한 차례도 없다. 비록 폭발력은 다른 선수에 비해 크지 않았지만 꾸준히 때렸다는 증거다. 133경기 장기 레이스에서 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그리고 팬들에게 박정권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인상이 적게 남는 이유는 언제나 '당연히'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박정권은 언제나 보답했기 때문이다. 박정권의 득점권 타율은 .346로 시즌 타율을 상회한다.
박정권의 뛰어난 가치는 수비에서도 느껴진다. SK는 지난해 타율 .317 10홈런 72타점 74득점 23도루로 맹활약하며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김강민이 빠져 있다. 여기에 4월 마지막날에는 박재상마저 허리 부상으로 2군으로 떨어졌다. 임훈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는 있지만 '휑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공백을 완벽히 메우는 것 역시 박정권의 몫이다. 박정권은 1루수와 우익수를 넘나들며 김성근 감독의 선수 운용폭을 넓히고 있다. 1루수로는 159이닝, 우익수로는 56⅓이닝을 소화했다. 우익수로의 선발 출장도 7경기로 적지 않다. '멀티 포지션'이 기본이라고 여겨졌던 SK이지만 현재 주전 선수 중 두 개 포지션을 넘나드는 선수는 박정권 정도다.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지만 어디에 내놓아도 준수한 수비를 펼친다. 항상 겸손한 박정권 조차 "가장 자신있는 부분"이라고 말할만큼 1루수로 뛰어난 수비를 펼친다. 4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3차례 호수비로 투수들을 도왔다. 상무 시절부터 시작한 외야수 역시 결코 어색하지 않다. 이에 대해 박정권은 "1루수와 외야수 둘 다 하는 것을 이제는 즐긴다"고 말했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화려하지는 않지만 알토란 같은 활약이다. 몇몇 선수들에게 붙여졌던 '소리없이 강한 남자'란 말이 박정권에게도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사진 = SK 박정권]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