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종합
안녕하세요. KBSN 아나운서 정지원입니다.
제게는 3년 째 고이 보관하고 있는 야구공이 있습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하는 선수단을 우연히 만나 롯데 강민호 선수에게 받은 '싸인볼'인데요. 금의환향하는 선수들을 보고 마냥 신기해하던 그 때의 꼬꼬마 야구팬은 아나운서가 됐고, 3년 만에 강민호 선수를 다시 만났습니다. 그는 그라운드에서 여전히 또 다른 팬들에게 싸인을 해주고 있더군요.
그렇게 올 봄, 저는 프로야구 서른 번째 잔치를 처음 함께합니다. 금녀의 영역이나 다름없었던 곳에서 훌륭하게 활로를 개척한 '야구 아나운서' 선배님들의 뒤를 따른다는 사실. 엄청난 책임감과 부담감이 밀려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경기. 그 와중에는 인터뷰를 위해 꼼꼼히 기록지를 작성하고, 벌어지는 상황들을 모두 챙겨가며 공부하듯 경기 흐름을 따라갑니다. 화장실 한 번 제대로 다녀오기 힘든 긴장의 연속이죠. 특히 역전의 재역전이 거듭되고, 끝내기 안타라도 치는 날엔 정말. 쿵쾅쿵쾅.
무엇보다 투수들의 '그립'과 '구질'이 가장 어렵습니다. 시즌을 앞두고 10권이 넘는 야구 관련 도서를 탐독했지만, '글'로 배운 직구, 슬라이더, 체인지 업 등은 너무 어렵더군요. 어느덧 개막 한 달째, 다행히도 더디기는 하지만 저의 '야구지수'는 상승 중입니다. KTX 열차 안에서 민훈기 해설위원께 받은 특강을 비롯해 권성욱, 이기호 캐스터 선배님들의 가르침. 그리고 야구장에서의 귀동냥으로 조금씩 '진화'하는 제 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요즘의 유일한 낙입니다. 점점 더 재밌어지는 야구, 그게 바로 힘들 법한 지방 출장이 힘들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직구장의 팬들이 열광했던 '이대호 선수의 도루'하던 날, '불 꺼진 대구 구장'에서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경기를 기다리던 날, 3연타석 홈런을 친 박용택 선수가 타격폼 수정은 '영업 비밀'이라며 웃던 날, 벌써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기억과 추억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친구들은 어떤 선수가 가장 멋있냐며, 친해지지는 않았냐며 벌써부터 난리입니다. 애석하게도 실상, 아직 많은 것이 어설픈 저는 인터뷰 준비에 온 정신이 쏠려있기에 선수들과 눈 마주칠 여유조차 없습니다. 구내식당이나 그라운드에서 스치는 선수들 역시 그날 경기의 승리를 위해 컨디션 끌어올리기에 바빠 보이고요. 그렇게 갈 길이 멀어 마음만 급한 신입 아나운서에게는 아직까지 '야구 잘 하는 사람'보다는 야구를 '잘 설명해주는 남자'가 매력적인가 봅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내일은 또 4개 구장에 어떤 각본 없는 드라마가 펼쳐질까요? 푸른 5월, 예측할 수 없어 더욱 짜릿한 야구장이야기, 누구나 궁금한 그라운드의 뒷 이야깃거리들을 위해 겸손한 마음, 배우려는 자세로 신발끈 단단히 묶고 열심히 뛰어보렵니다.
김용우 기자 hiljus@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