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걸그룹 샤크라 출신 정려원(30)이 처음 배우로 데뷔한다고 했을 때 대중들은 의구심을 품었다.
2000년대 초중반 핑클, S.E.S, 베이비복스 등의 걸그룹이 해체되면서 가수 출신 여배우들이 대량으로 쏟아졌고, 이들은 그저그런 트랜디드라마를 통해 ‘보기 좋은’ 연기를 선보이는 가수 시절 유명세로만 먹고사는 배우 아닌 배우의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정려원 또한 데뷔 초 시트콤과 달달한 드라마를 통해 다른 아이돌 출신 배우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행보를 보여왔다. ‘연기 잘하는 배우’라기 보다는 ‘옷 잘입는 가수출신 배우’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그를 보는 시선은 2009년작 ‘김씨 표류기’ 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극 중 히키코모리 정연역할을 맡은 정려원은 이전과 다른 뭔가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좁고 어두운 방에서 공허한 눈빛으로 미니홈피 등을 관리하는게 인생의 전부인 정연을 연기한 정려원은 연기자로 사실상의 첫 발을 내디딘 것이다.
같은 해 드라마 ‘자명고’에 출연한 정려원은 이후 김주혁과 함께한 영화 ‘적과의 동침’(감독 박건용)을 통해 다시 한번 달라진 연기를 선사한다. 아직 깊이를 논할 단계는 아니지만 서른 줄에 접어든 그의 연기는 한국전쟁 당시 이념과 사랑을 고민하는 설희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소화해 냈다.
코미디로 대중에게 알려졌지만 휴먼드라마적 성격이 강한 ‘적과의 동침’에 대해 정려원 또한 ‘삶’에 중점을 둔 드라마라고 평했다.
정려원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인 것 같다. 전쟁이라는 커다란 사건을 겪어보진 않았지만 영화를 보며 ‘아... 어떤 시대적인 사건 속에서도 사람들은 웃고, 울고, 정들고 살아가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그냥 그게 사람이고 그게 '삶'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적과의 동침’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시나리오 초반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을 위하는 모습을 그려지길래 그냥 착하고 순박한 마을선생님 인줄 만 알았다”고 초반 설희의 인상을 설명한 정려원은 “하지만 인민군들이 마을을 점령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두려워하는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홀로 나서서 꼬박꼬박 바른 말을 해낸다. 상황이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말 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 좋았다”고 역할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권상우와 함께 촬영 중인 ‘통증’을 포함해 영화 6편, 드라마 10편에 출연한 필모그래피를 보유하고 있는 정려원은 앞으로 10년 뒤에도 연기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다.
정려원은 “10년 뒤에도 여전히 연기를 하고 있을 것 같다”며 “다만 지금보다 그 폭이나 넓이 농도 등이 깊어져 있기를 기대한다”고 한층 성숙해진 연기자 정려원에 대한 기대를 부탁했다.
가수에서 배우로 변신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정려원, 그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10년 뒤 그가 말한 연기에 대한 애정은 어떻게 표현될지 기대해 본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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