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함태수 기자] LG의 외국인 투수 리즈가 의미있는 완투패를 당했다.
리즈는 11일 잠실 한화전서 9회 장성호에게 뼈아픈 역전 투런 홈런을 허용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8회까지 단 두 개의 안타만을 내주는 완벽한 피칭이었지만, 9회초 완봉에 대한 부담감을 이기지 못했다. 결국 LG는 다잡은 경기를 놓치며 3연승에 실패했다.
하지만 LG로선 이날 리즈의 완투패가 그리 기분 나쁘지만은 않다. 오히려 몇 가지 중요한 소득을 얻으며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
△ '차세대 에이스' 박현준과 리즈의 닮은 행보.
시즌 초반 박종훈 감독은 "리즈가 선발 투수로서 경험을 좀 더 쌓다보면 확실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리즈는 미국 무대에서 선발로 많은 공을 던진 투수는 아니다"라며 "7회까지 던질 수 있는 지구력과 마운드에서의 강약 조절 방법을 깨닫는다면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일단 박 감독의 믿음은 들어맞았다. 리즈는 완투패를 당하긴 했지만 코칭 스태프들에게 믿음을 줄 만한 투구내용을 선보였다.
현재 LG는 박현준이라는 깜짝 스타가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박현준은 현재 다승 단독 선두(5승)로 팀 동료들에게 '등판=승리'라는 믿음을 심어주고 있다. 투수가 마운드에서 몇 차례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면, 야수와 투수 간의 신뢰감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법. 박현준이 꼭 그랬다.
지난 3일 두산전에서 박현준은 9이닝 3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좌타자가 즐비한 두산의 강타선을 '박현준표' 포크볼로 꽁꽁 묶으며, 강인한 모습을 보여줬다. 당시 결승포의 주인공 박용택이 "감동적이었다"고 평할 정도. 이후 LG 동료들은 박현준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보였다.
일단 리즈도 그동안 불안했더 모습에서 탈피해 동료들에게 신뢰감을 줄 발판은 마련했다. 5, 6 이닝 겨우 넘기던 예전의 리즈가 아니었고 주자를 남겨두고 마운드를 내려오던 리즈도 아니었다. 이날 만큼은 제 1선발로서 9이닝까지 책임지며 지난 시즌 용병 농사에 실패한 LG 동료들에게 믿음을 심어줬다.
△ 리즈, '이닝 이터'의 모습을 보이다.
올 시즌 박종훈 감독은 수 차례 선발 투수의 '이닝'을 강조했다. 6회까지 선반이 상대 투수와 대등하게만 가주면 분명히 해볼만 하다는 게 박 감독의 생각이었다. 상대가 류현진, 김광현이 나와도 마찬가지였다. LG 타선이 응집력이 있고 중간 계투진도 안정됐기 때문에 충분히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다고 박 감독은 내다봤다.
기록상으로 리즈는 지금까지 6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11일 경기 이전까지, 리즈는 7차례 선발 등판해 43.1이닝을 소화했다. 평균 이닝으로 따져보면 6.16로 6이닝이 넘는다. 즉, 박 감독이 천명한 '기본적인 이닝' 요건을 어느 정도 갖춘 셈이다.
그러나 리즈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LG의 제 1선발로서 4점대의 높은 평균자책점(4.36)을 마크하고 있었고 6이닝을 소화하면서 100개에 육박하는 평균 투구수(98)을 기록하고 있었다. 특히 4, 5이닝을 넘어가면서 구위가 눈에 띄게 저하돼 상대 타자들은 어렵지 않게 리즈의 공을 공략했다.
11일 한화전에서는 달랐다. 리즈는 위력적인 직구와 포크볼을 주무기로 9개의 삼진을 빼앗았다. 또 8회까지 단 2개의 안타를 허용할 만큼 공의 구위가 경기 후반까지 유지됐다. 9이닝 4피안타 3사사구 9삼진 2실점(2자책)의 기록이 말해주 듯, 이날 만큼은 확실한 '이닝 이터'로서의 능력을 보여줬다.
[리즈-박현준. 사진 = 마이데일리 DB]
함태수 기자 ht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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