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1990년대 강팀으로 호령했던 프로야구 LG 트윈스는 2000년대 들어 암흑기를 겪었다. 호타준족의 상징인 20(홈런)-20(도루)도 궤를 같이 했다. 1990~1999년까지 LG는 3명의 20-20을 배출했다. 1992년 송구홍을 시작으로 1994년 김재현, 1999년 이병규(30-30)까지 LG 소속으로 20-20 이상을 달성했다.
2000년 이후 프로야구 전체적으로 20-20이 줄어들기도 했지만 LG 소속의 20-20 달성 선수는 전무했다. 하지만 LG가 2위를 달리고 있는 2011시즌, 20-20에서도 어느 때보다 배출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뛰는 4번 타자' 박용택이 그 주인공이다. LG에게나 박용택 개인에게나 이번 20-20 도전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 늘어난 파워
올시즌을 앞두고 박용택은 '홈런 타자'로 변신을 선언했다. 스토브리그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열심히 몸을 키웠다. 그 결과 체격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현재까지는 달라진 덩치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덕분에 붙박이 4번 타자 자리도 꿰찼다. 시즌 초반에는 왼손 투수가 나왔을 경우 타순이 내려가거나 주전으로 출장하지 못하는 경기도 있었지만 이제는 확실한 4번 타자다. 박용택은 팀이 치른 34경기 중 29경기에 4번 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15일 현재 그의 홈런수는 7개. 이대호(롯데)와 함께 공동 4위에 올라있다. 비록 5월에는 홈런포를 1개 밖에 추가하지 못하며 주춤한 모습이지만 언제든지 홈런포를 가동할 파워를 갖추고 있다. 시즌의 4분의 1을 갓 넘어선 상황에서 현재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20홈런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마냥 안심할 수도 없다. 예전 박용택과 '2011년 박용택'의 덩치가 다르다 하더라도 아직까지 20홈런을 단 한 번도 기록하지 못했기 때문. 박용택의 데뷔 후 한 시즌 최다홈런은 2009년 기록한 18개다. 반면 20도루 이상은 6차례나 올렸다. 20-20 달성을 위한 관건은 홈런임을 알 수 있다.
▲ 여전한 발
체격은 커졌지만 빠른 발은 여전하다. 박용택은 14일 목동 넥센전 연장 10회 공격에서 2루 베이스를 훔치며 시즌 10번째 도루를 성공시켰다. 홈런과 마찬가지로 이 부문 4위다.
이로써 박용택은 2002년 데뷔 이후 한 시즌도 빠짐없이 두 자리 수 도루를 기록하게 됐다. 10년 연속 두 자리수 도루는 프로야구 6번째 기록이다. 프로 통산 227도루로 어느덧 역대 순위 1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용택의 도루가 더욱 가치가 있는 점은 높은 성공률 때문이다. 박용택은 프로 통산 227개 도루를 성공시키는 동안 단 47개만 실패했다. 무려 82.8%의 성공률을 기록 중이다. 프로 통산 150개 이상 도루를 기록한 선수 중 가장 높은 도루 성공률이다. 올시즌에도 11차례 시도에서 단 1차례만 실패했다. 때문에 부상만 없다면 20-20 도전에 도루는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2002년 이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LG는 1999년 이후 단 한 명의 20-20도 배출하지 못했다. LG의 4강과 박용택의 데뷔 첫 20-20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을까.
전망은 밝다. 시즌의 4분의 1을 치른 상황에서 그의 홈런과 도루는 이미 7개와 10개를 기록 중이다. 만약 현실이 된다면 박용택의 20-20은 LG의 부활을 알리는 하나의 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LG 박용택]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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