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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선애 기자]‘당신을 위해 진심으로 울어 줄 세 사람이 있나요?’
SBS 수목드라마 ‘49일’은 이 질문에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주인공 신지현(남규리 분)이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지는데, 가족을 제외하고 그를 위해 진심으로 울어주는 세 사람의 눈물이 모이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판타지적 이야기가 ‘49일’의 기본 이야기 구조다.
‘49일’은 이를 통해 내가 죽었을 때 날 위해 울어줄 수 있는 정말 날 사랑한 세 사람이 누가 있나 생각해보라는,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법한 그런 간단하면서도 심오한 질문을 시청자에게 던진다.
극중 신지현은 착하고 밝게 살아온 인물이다. 그러나 미움 받고 자라지 않았을 그런 신지현도 막상 죽음 앞에서 사람들의 배신을 겪고 자기반성을 하게 된다. 그가 생전에 남을 배려했던 ‘착한’ 일들이 남에겐 동정이나 눈치 없는 행동으로 비쳤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 것이다.
‘49일’은 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둘러보는 계기를 마련함과 동시에, 이렇게 ‘난 남이 울어줄 만한 인생을 살고 있나’, ‘난 잘 한다고 하는데 남은 다르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하는 내 인생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도 함께 제공한다.
‘49일’은 공공재인 지상파 TV 프로그램으로서의 교훈적인 면을 갖춘 가장 적합한 드라마다. ‘49일’을 보고 있으면 왠지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가족의 사랑, 친구의 우정, 뒤늦은 사랑의 깨달음, 삶을 향한 간절한 의지 등이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몇몇 ‘막장’ 드라마를 보다가 주인공이 당하는 장면에 답답함을, 개연성 없는 전개에 어이 없음을, 악역들이 판을 치는 모습에 화가 남을 느끼는 것과는 분명 다르다.
흔히 ‘막장’ 드라마라 평가받는 작품들의 공통점은 악역들의 악함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그들은 사람 목숨을 쉽게 생각하고, 갑자기 튀어나와 주인공의 비밀을 엿들어 전세를 반전시키고, 지나치게 이기적이거나 독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성격으로 그려진다. 현실에 있을 것 같지 않고, 있어서도 안 될 그런 존재들이다.
그러나 ‘49일’ 속에는 그런 악역이 없다. 악역이라 꼽을 수 있는 배역은 극중 강민호(배수빈 분)와 신인정(서지혜 분)인데, 피도 눈물도 없는 ‘막장’ 드라마 속 악역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악행을 해야 할 땐 스스로 갈등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드라마에선 그들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분명해 그들의 악행을 수긍하게 만든다.
‘49일’은 ‘착한’ 드라마의 집필로 유명한 소현경 작가의 작품이다. ‘49일’을 비롯해 그의 전작 ‘찬란한 유산’, ‘검사 프린세스’를 보면 주인공을 통해 정의를 실현하고 사랑으로 상처를 치유하며 사회의 밝은 모습을 보이려는 작가의 의지가 보인다.
자극적인 소재와 이야기가 넘치는 ‘막장’ 드라마의 득세 속에서 소작가의 ‘착한’ 드라마들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찬란한 유산’이 시청률 40% 신화를 쓴 것은 이미 유명한 일이고, 현재 방영중인 ‘49일’도 수목극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다. 착한 드라마라고, 자극적이지 않다고 해서 시청자가 외면하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막장 드라마가 시청률이 잘 나오면 흔히 ‘욕하면서 본다’고 한다. 욕 안 먹는 착한 드라마로 사랑 받는 소작가의 작품을 봤을 때, 막장 드라마의 작가들은 느끼는 게 없을까.
['49일' 포스터. 사진=SBS]
강선애 기자 sak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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