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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캐리비안의 해적4’, 잭 스패로우는 어디 갔나요? [MD시사]

시간2011-05-19 07:29:17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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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디즈니사의 대표적인 판타지 어드벤처 시리즈인 ‘캐리비안의 해적’ 최신작이 베일을 벗었다. 시리즈 최초 3D로 제작된 이 작품은 전작의 유쾌함과 시각적 즐거움은 그대로 담았지만, 다소 이질감을 보여줬다.

17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 CGV에서 열린 언론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낯선 조류’(Pirates Of The Caribbean: On Stranger Tides, 이하 낯선조류, 제작: 월트 디즈니, 제리 브룩하이머 필름/배급: 소니픽쳐스릴리징 브에나비스타 영화)는 판타지 모험 장르를 충실하게 따라간 작품이었다.

전작 ‘블랙펄의 저주’(2003년), ‘망자의 함’(2006년), ‘세상의 끝에서’(2007년)에 이어 4년 만에 돌아온 '낯선 조류’는 새로운 연출자와 함께 주인공 잭 스패로우(조니 뎁 분)의 적으로 검은수염(이안 멕쉐인 분)과 여 주인공 안젤리카(페넬로페 크루즈)가 합류한 것과 시리즈 최초 3D로 제작된 것을 제외하고는 잭 스페로우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모험 이야기를 따라가는 스토리 전개는 전작들과 동일하다.

‘낯선 조류’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영원한 젊음을 선사한다는 ‘젊음의 샘’을 찾기 위해 스페인왕은 군대를 보내게 되고 그 사실을 들은 영국왕은 ‘블랙펄의 저주’에 등장했던 악당 바르보사 선장(제프리 러시 분)를 보내게 된다.

그 과정에 ‘젊음의 샘’ 다녀온 적이 있다고 소문이 난 잭 스패로우는 영국왕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는데, 궁지에 몰린 그를 스페인 세빌리아에서 과거에 사랑을 나눴던 의문의 여성 안젤리카가 구출(?)하게 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안젤리카의 계략으로 그녀는 냉혹하기로 유명한 검은 수염 선장의 ‘앤 여왕의 복수호’의 1등 항해사였다. 공교롭게도 검은 수염 또한 젊음의 샘이 목표로 잭 스패로우는 원하지 않은 여정을 떠나게 된다.

이번 ‘낯선 조류’에서 반가운 점은 검은 수염 역의 이안 멕쉐인의 카리스마와 바르보사 역의 제프리 러쉬다. 두 사람 모두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로, ‘워리어스 웨이’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제프리 러쉬와는 달리 우리에게 생소한 이안 멕쉐인은 2005년 미국 골든글러브 상을 수상한 영국 출신 명배우다.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이들 답게 두 사람은 때로는 유머있게, 때로는 냉혹하게 자신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낸다. 잭 스패로우의 조니 뎁이 유쾌하고 중상모략을 일삼는 인물이라면, 이안 멕쉐인은 지독하게 어두운 악역을, 제프리 러쉬는 검은 수염에게 배를 빼앗긴 것을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이 영화에서 종횡무진 활약한다.

새로운 여 주인공 페넬로페 크루즈 또한 스페인 출신의 강단 있는 여성 안젤리카를 무난히 소화했다. 원래 스페인 출신인 크루즈 답게 라틴어로 내뱉는 욕설과 때로는 섹시한 그의 모습은 이 영화의 볼거리다.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의 호연과 함께, 잭 스패로우는 여전히 능청맞고 중상모략을 일삼으면서 관객에게 유쾌함을 선사한다. 시리즈가 시작한지 벌써 8년, 올해 나이 48의 조니 뎁은 여전히 섹시하고 관능적인 잭 스패로우를 유쾌하게 연기했다.

또, ‘낯선 조류’는 시리즈 최초 3D로 제작된 점과 캐리비안 뿐만 아니라 하와이, 영국 런던까지의 현지 로케를 통해 세트와 CG와는 다른 현실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매력적인 캐릭터와 볼거리로 가득한 ‘낯선 조류’는 전작의 고어 버번스키 표 영화가 아닌 첫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라 그런지 기존 팬들에게는 다소 아쉬움이 들 수도 있는 작품이다.

‘게이샤의 추억’으로 유명한 롭 마샬 감독이 처음 연출에 참여한 이 ‘낯선 조류’는 전작의 캐릭터와 기본 설정만을 그대로 가지고 온 새로운 시리즈라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잭 스패로우라는 캐릭터에 어느 정도 기대야 하는 ‘캐리비안의 해적’을 연출하게 된 마샬 감독의 욕심 때문일까? 신작 ‘낯선 조류’ 는 우리가 원했던 잭 스패로우의 모험 이야기가 아닌 주변 인물의 스토리가 지나치게 개입된 다소 낯선 인상을 준다. 정작 잭 스패로우는 어쩌다 말려든 제 3자로 전락하는 인상까지 준다.

마샬 감독의 의도인지는 모르지만 출연진 또한 전작의 주요 인물로 등장했던 윌 터너(올랜도 블룸)과 엘리자베스 스완(키이라 나이틀리)가 빠진 가운데, 새 인물을 투입해서 일까? ‘낯선 조류’는 잭 스패로우 보다는 검은 수염과 바르보사의 대결, 그리고 검은 수염과 안젤리카의 이야기에 초점을 두고 흘러간다.

전작들에서 잭 스패로우가 온갖 잔머리와 입담으로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것에 쾌감을 느낀 이들이라면 이번 ‘낯선 조류’에서 잭 스패로우의 모습은 답답하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속담을 마샬 감독이 알았을까? 잭 스패로우 중심으로 돌아갔던 버번스키류의 연출을 탈피하고 인물의 관계에 초점을 둔 마샬 감독의 연출은 이 시리즈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잘 만든 액션 어드벤쳐 영화로 받아 들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 시리즈를 봐 왔던 이들에게는 ‘낯선 조류’의 잭 스패로우는 뭔가 아쉽다. 조니 뎁의 스모키 화장도, 거친 액션을 소화하는 모습과 특유의 능청맞은 표정도 그대로지만 그는 ‘캡틴 잭 스패로우’의 활약을 기대하는 팬들의 요구에 부합할 만한 중심인물은 아니었다.

잭 스패로우는 엔딩에서만 주인공이었지 전작처럼 영화를 압도하지는 못했다. 개봉은 19일.

[사진 = 소니픽쳐스릴리징 브에나비스타 영화]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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