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한 달 가까이 지난 일이지만 그의 가슴 속에는 여전히 깊은 인상으로 남아 있었다.
롯데 사이드암 투수 이재곤은 지난해 혜성처럼 나타났다. 시즌 중반부터 선발 로테이션에서 합류해 8승 3패 평균자책점 4.11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2007년 입단 이후 가장 기쁜 나날이었다.
때문에 올시즌에도 롯데 선발 마운드의 한 축을 형성할 것으로 보였던 그이지만 시즌 초반에는 부진을 이어갔다. 4월 한 달간 4차례 선발로 나서 3패 평균자책점 9.53 WHIP(이닝당 출루허용수) 2.29에 머물렀다.
중간계투로 나선 4월 27일 LG전에서도 1⅔이닝 6피안타 5실점(3자책)으로 부진하자 결국 양승호 감독은 이재곤의 2군행을 지시했다.
4월 28일, 이재곤이 2군으로 내려가던 날. 롯데 주전 포수 강민호는 그에게 짧은 문자 한 통을 보냈다. '형은 널 믿는다'.
단 여섯 글자 밖에 되지 않는 짧은 문장이었지만 이재곤의 가슴에는 깊은 인상으로 남았다. 이재곤은 1군 엔트리 등록되자마자 등판한 17일 문학 SK전에서 7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첫 승을 거뒀다. 피안타는 7개로 적지 않은 숫자였지만 고비 때마다 주무기인 싱커를 앞세워 병살타 4개를 유도했다.
4월 부진을 딛고 거둔 감격의 시즌 첫 승에 강민호의 문자도 빠질 수 없었다. 이재곤은 승리 소감 말미에 이 이야기를 전하며 "신경을 써준 (강)민호형에게도 오늘 승리를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강민호는 이날 결장해 직접적으로 이재곤에게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15일 사직 KIA전에서 블로킹을 하던 도중 2차례 손목을 맞아 통증을 호소했기 때문. 하지만 이재곤의 시즌 첫 승 뒤에는 짧지만 애정이 가득 담긴 강민호의 문자 한 통이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사진=롯데 이재곤(왼쪽)과 강민호]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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