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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용우 기자] 지난 1월 김연경을 취재하기 위해 일본 사이타마로 갔을 때다. 당시 JT마블러스 다케다 유지 부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서 "우리는 김연경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 도와주고 있다"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유럽리그에 진출하기 위해선 제대로 대접을 받고 가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말은 현실이 됐고, 김연경은 최고 대우를 받고 터키리그 페네르바체에 입단했다. 자료를 조사해보고 배구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조혜정 전 GS칼텍스 감독이 처음으로 유럽리그에 진출한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었다.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안들었다. 이제 해석하기 힘든 터키어 홈페이지를 봐야 한다는 수고가 생겼지만.
한 관계자는 김연경의 유럽리그 진출에 대해 '제2의 김연경' '제3의 김연경'이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김연경으로 인해 여자배구가 붐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솔직히 김연경은 일본리그에 진출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됐다. 다른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이 관계자는 김연경에 대해 국내리그서는 직선 공격과 대각선 공격 밖에 못했는데 일본에 가서 진화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사실 그랬다. 득점으로 만들어내기 어려운 볼을 연타 공격으로 성공시키는 김연경의 플레이를 지켜보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적 있었다.
일본스포츠는 분석으로 시작해서 분석으로 끝난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선수도 일본의 현미경을 피할 수 없다. 김연경도 마찬가지였다. 1세트만 끝나면 어떤 코스로 때리는지 분석이 된다. 상대 선수들은 거기에 맞게 수비형태를 만들어 나온다. 다른 일본 관계자는 한 선수의 1000경기 이상 자료를 갖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게 공격패턴을 분석한다고 전했다.
이런 어려운 상황서 김연경은 성공을 거뒀고 당당하게 유럽무대로 진출했다.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생긴다. 왜 그럴까?
김연경은 귀국현장서 기자들과 만나 유럽리그에서 제안이 들어온 것은 대표팀이 아닌 일본리그에서 활약했기 때문이다는 말을 했다. 대표팀에서는 성적이 안 좋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일본리그에서는 팀 성적까지 좋았기 때문에 주목을 받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럽 사이트를 찾아보더라도 김연경이 대표팀 활약과 흥국생명 소속이라는 것보다 JT마블러스에서 활약했다는 내용이 더 강조된다. 김연경과 달리 과거 여자배구 선수들이 유럽리그에 진출했던 것은 대표팀에서 성적이 좋아 인정받은 것이 컸다.
배구 뿐만 아니라 야구도 그렇다. 과거 이상훈(은퇴)이나 임창용(야쿠르트)은 프로무대에서 곧바로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일본리그를 거치면서 메이저리그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이상훈은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하기도 했다.
이런 것을 보면서 김연경이 JT마블러스를 거치지 않고 흥국생명 소속으로 유럽리그 진출했다면 더 의미있었을 것이다는 생각을 해봤다. 사실 2년 전 흥국생명에서 곧바로 유럽리그에 가려고 했지만 제대로 된 오퍼를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그냥 바람일 뿐이다. 언젠가는 '제2의 김연경'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꿈은 현실이 됐다. 김연경이 쟁쟁한 유럽선수들과 상대해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김연경]
김용우 기자 hilju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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