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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이 의원이 발의한 공연법 개정안에는 “공연에서 립싱크와 핸드싱크(즉 미리 녹음된 연주를 실제 연주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 또한 담겼다. 다만 부득이한 사유로 립싱크나 핸드싱크를 할 경우 관중에게 이러한 공연임을 알려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이 법안이 발의된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요즘 방송사 가요 프로그램에서 댄스그룹 중심의 아이돌 가수 밖에 볼 수 없다는 것. 결국 이같은 장르의 편중현상이 가창력보다 비주얼을 가꾸는 가수들만 양성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는 얘기다.
립싱크를 법으로 규제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이전 중국이 유일했다. 지난 2008년 중국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공연에서 당시 축가를 불러 주목받았던 소녀의 목소리가 립싱크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은 국제적인 망신을 샀고, 이듬해 ‘립싱크 금지법’을 만들어 시행중이다.
우리나라가 조만간 중국의 뒤를 이을 것으로 알려지자 가요계는 물론이고 인터넷에서도 찬반 논쟁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입만 벙끗하고 춤만 추는 가수들이 사라지고 노래 잘하는 가수들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주장과 “지금의 신 한류를 이끌고 있는 주인공이 바로 아이돌이고 이들 아이돌 가수들에게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비주얼과 퍼포먼스인데 결국 아이돌의 몰락과 함께 한류도 점차 사그라질 것”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양쪽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지금 우리 가요계는 ‘장르 편중화’가 심각하다. 조금 잘 나간다 하는 연예기획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아이돌 그룹을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4월과 5월에 데뷔한 비슷비슷한 콘셉트의 신생 남녀 아이돌 그룹만 해도 10여 개 팀이 넘는다. 또 최근 방송 3사 간판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들의 면면 역시 3분의 2 이상이 아이돌 그룹에다 댄스 장르가 주를 이루고 있다. “봄에는 발라드 곡들이 히트한다”는 가요계 속설은 이제 흘러간 옛말이 된 지 오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난해부터 시작된 ‘아이유 열풍’에다 ‘슈퍼스타K’ ‘나는 가수다’ 등이 줄줄이 대중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가수들의 ‘가창력’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요즘엔 아이돌 그룹 멤버들 사이에서도 ‘가창력 순위’가 매겨지기까지 한다. 그래서 ‘가창력’은 이제 아이돌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서 의문점들이 제기된다. 법으로 립싱크를 금지한다고 해서 과연 애초 의도대로 ‘장르 편중화’가 해소될까 하는 의문이다. 또한 ‘립싱크’를 어디까지로 규정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과연 지금 무대에 오르는 가수 중 반주와 함께 노래가 모두 녹음돼 있는 AR(All Recorded) CD를 틀고 그야말로 100% ‘립싱크’를 하는 가수가 있을까. 대부분은 라이브로 소화하기 어려운 기계음이나 고음처리를 요하는 부분 정도는 미리 녹음해둔 MR(반주만 녹음된) CD를 사용하기 마련이다. 반주 CD에 조금이라도 목소리가 녹음돼 있다면 이를 ‘립싱크’로 볼 수 있을 것인가.
부디 이번 법안이 충분한 여론 수렴 없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된 ‘3색 화살표 신호등’의 사례가 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립싱크가 아닌 가수들의 출중한 가창력으로 연일 화제인 MBC '나는 가수다'. 사진 = MBC 제공]
남안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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