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운이 없었다"
1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SK 김성근 감독은 선동열, 최동원, 송진우를 언급하며 "운이 없었다"고 표현했다. 한국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전설들을 떠올리면서 김 감독은 '왜' 아쉬움을 나타냈을까.
▲ 김성근 감독, 윤석민 슬라이더 보며 선동열을 떠올리다
SK 김성근 감독과 취재진의 대화 도중 윤석민(KIA)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17일 광주 LG전에서 143km에 이르는 '초고속 슬라이더'를 던진 것이 화두로 떠오른 것.
'당연히' 이야기는 슬라이더 하나만으로 한국 프로야구를 평정했던 선동열로 옮겨졌다. 선동열은 1996년 일본 프로야구 진출 전까지 직구와 슬라이더, 단 두 구종만으로 한국 프로야구 마운드를 지배했다.
선동열과 윤석민의 슬라이더 중 누가 더 뛰어나느냐는 질문을 받은 김 감독의 선택은 '거침없이' 선동열이었다. 윤석민의 슬라이더는 각이 작은 반면 선동열 슬라이더의 경우 각이 커브 이상이었다고 떠올렸다. 볼 끝이 남달랐다고 당시 선동열을 기억한 김 감독은 당시 그의 슬라이더에 대해 '어마어마했다'고 평가했다.
"현재와 당시 타자들의 타격기술이 다르기도 하지만 알면서도 못쳤다"고 선동열 슬라이더에 대해 설명을 이어간 김 감독은 "내 기억으로는 선동열의 공을 잘 쳤던 사람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선동열-최동원-송진우, "운이 없었다"의 이유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에서 한국 선수가 활약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대다. 하지만 프로야구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이같은 모습은 상상도 하기 힘들었다. 자유계약선수(FA) 제도도 없었을 뿐더러 진출 여건도 쉽지 않았다.
선동열 슬라이더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 "일본에 진출했을 당시에는 이미 슬라이더 각이 작아졌다"고 밝혔다. "한창 좋을 때 갔다면 일본에서도 대성공했을 것이고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했을 것이다"라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이다.
이에 대해서는 선동열 뿐만이 아니다. 김 감독은 "최동원의 경우 커브 각도 무척 컸고 제구도 엄청 좋았다. 송진우 역시 컨트롤이 한창 좋을 때 일본에 갔다면 성공했을 것"이라고 다른 선수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들에 대해 떠올리며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운이 없었다"였다.
야구에 가정이란 필요없는 법. 하지만 요즘 선수들처럼 국내에서 맹활약을 펼친 뒤 해외로 진출하거나 아마추어 시절 미국이나 일본으로 진출했다면 어떤 모습을 보였을지도 궁금한 것이 사실이다.
김 감독의 아쉬움 역시 이 부분이었다. 이들에게는 전성기 시절 어디에서 뛸 수 있는지에 대한 '선택권'조차 사실상 없었기 때문이다.
[사진=SK 김성근 감독]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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